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지구 밖에서 적 미사일 요격… '우주 방어 체계' 만들죠

입력 : 2025.06.10 03:30

'골든 돔' 프로젝트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적이 쏜 탄도미사일을 맨손으로 막아내는 영웅. 수퍼히어로 영화의 단골 장면 중 하나죠. 탄도미사일은 지상에서 발사 후 대기권 밖까지 올라간 뒤, 중력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 지점을 타격하는데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도미사일을 막기 위한 '골든 돔(Golden Dome)'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골든 돔은 미국 전역을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 요격 체계로, 우주에 무기를 배치해서 세계 어디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막아내는 게 목표예요. 2028년 말까지 시연 가능한 수준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해요.

우주에서 적국 미사일 요격

'골든 돔' 프로젝트는 사실 아예 새로운 계획은 아니에요. 이미 40년 전에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소련의 탄도미사일을 막겠다며 발표한 '전략방위구상(SDI)'과 비슷한 아이디어예요. '스타워즈'라는 이름으로도 불린 이 계획은 우주에 위성을 배치해 소련의 탄도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는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막대한 예산과 기술적 한계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미국과 소련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무산됐습니다.

이제 소련은 없어졌지만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의 군사력은 미국에 여전한 위협입니다. 러시아나 중국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를 1분 만에 갈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이미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고,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고도화해 미국 본토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미사일 요격 체계를 만들려는 것도 이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죠.

골든 돔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같은 미사일 요격 체계를 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프로젝트예요. 골든 돔을 가동하려면 우선 수백 기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전 지구적인 감시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해요. 적국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이나 극초음속 미사일의 궤도를 초기에 탐지·추적해야 정확하게 요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탄도미사일은 일단 발사되면 상승 단계를 거쳐서 대기권 밖 우주 공간으로 나가요. 그리고 지구 궤도를 따라 비행하다가 중력이 작용하며 목표 지점으로 낙하하지요.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오는 박격포탄'이라고 생각하면 쉬워요. 탄도미사일은 발사 후 약 30초에서 2분 사이의 '상승 단계'에서 열 신호를 가장 강하게 낸다고 해요. 골든 돔은 적외선 탐지 장비와 전파 센서를 결합해 미사일의 열 신호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위성 센서를 갖추는 게 핵심입니다. 위성 센서가 적국의 미사일을 탐지하면, 요격 위성에 탑재된 요격체를 발사해 격추하는 거예요.

통신망·인공지능·재사용 로켓이 핵심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반 기술이 필요합니다. 우선 지구와 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지휘 통제를 위한 통신망이 필요해요. 우주에 있는 위성끼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고, 지상이나 해상 레이더나 관제 센터와도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대역 위성통신망이 필수죠. 40년 전에는 이런 위성통신망 구축이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같은 대규모 위성망이 등장했습니다.

로켓을 재사용하는 기술도 중요합니다. 위성과 미사일 등 요격체를 실어나르려면 수많은 로켓이 필요합니다. 한번 발사한 로켓을 재사용할 수 없다면 수많은 로켓 마련에 막대한 돈이 필요할 거예요. 지금은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같은 우주 기업이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개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어요. 발사된 미사일의 비행 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분석하고, 정확한 요격 시점을 정하려면 수많은 물리·역학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이런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정확도가 낮은 컴퓨터가 사용됐어요. 하지만 이제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사일 궤적 예측 알고리즘을 이용할 수 있게 됐어요.

우주 전쟁은 이미 시작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닙니다. 기술적 난제도 명확해요. 우주에서 발사된 요격체가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는 요격 기술은 아직 실전에 투입될 수준이 아닙니다. 지상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도 현재 성공률이 20% 수준이에요. 우주에서 요격을 시도하는 건 훨씬 난도가 높습니다. 총알로 날아오는 총알을 맞히는 것만큼 어렵거나, 경우에 따라 더 어렵죠. 그래서 앞으로 미사일 외 다양한 형태의 요격체가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미국의 안보 전문가인 아이언 보이드 콜로라도대 교수는 "다음 단계의 골든 돔은 고에너지 레이저나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미사일을 파괴하는 기술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든 돔은 이제 막 기술 개발이 시작됐지만, 우주 전쟁은 이미 현실입니다. 미국 우주군은 중국이 이미 지구 저궤도에서 위성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같은 우주 강국은 이미 우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전투에 대비하고 있어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적대국의 인공위성을 무력화시키거나, 적국의 위성을 탈취하는 전술을 연구하는 거죠. 골든 돔 프로젝트 또한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이 핵심인 만큼, 위성을 이용한 우주 전쟁 기술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 같습니다.
이종현 조선비즈 기자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