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조선시대 '최고 풍수 명당'… 고대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졌어요
입력 : 2025.06.09 03:30
계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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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황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계룡산 주 능선. 능선의 모습이 닭 벼슬이나 용의 등골을 닮았다 해서 계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충청남도와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는 계룡산은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신라 시대엔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던 다섯 산을 뜻하는 오악(五嶽, 계룡산·토함산·지리산·태백산·팔공산) 중 하나이며, 조선 시대에는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삼악(三嶽, 계룡산·묘향산·지리산)으로 꼽혔습니다. 근대에 들어 취미 활동으로 등산이 유행하면서 인기를 얻은 산들도 있지만, 계룡산은 1000년 전부터 연예인처럼 유명한 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풍수가들에 의해 최고의 명당으로 꼽혔지요.
계룡산이라는 이름은 '닭 계(鷄)'자와 '용 룡(龍)'자를 씁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지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도를 정하려고 전국을 답사할 때 무학대사가 계룡산 산세를 두고 황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金鷄抱卵)'의 모습이자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비룡승천(飛龍昇天)' 모습이라 했는데, 여기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삼국시대에도 '계룡산'이라고 적힌 기록이 있기 때문에 이는 이름에 관련된 설화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계룡산을 가보면 무학대사의 말이 이해가 갑니다. 정상인 천황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용의 등골을 닮았고 동시에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닭볏을 닮았거든요. 아쉽게도 이 능선은 산행이 금지된 구역이라 산악인들은 대신 '자연성릉'을 필수 코스로 잡습니다. 삼불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인데, 마치 자연이 가파른 성벽을 만든 것처럼 벼랑을 이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이 자연성릉 코스는 '원점 회귀' 산행의 교과서라 불리곤 합니다. 산행에서 '원점 회귀'는 출발 지점을 떠나 둥근 원을 그리듯 산을 한 바퀴 돌아서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말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새로운 풍경을 보며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등산 마니아들도 원점 회귀 코스를 선호하지요. '얼마나 정상을 빨리 다녀오느냐'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보는 걸 중시하니까요. 요즘은 갔던 길을 그대로 되밟아 내려오는 것을 원점 회귀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에요.
계룡산의 대표적인 원점 회귀 코스는 동학사를 기점으로 삼불봉에 올랐다가 자연성릉을 지나 관음봉에 오른 후 다시 동학사로 하산하는 것입니다. 약 8km 코스이며, 휴식 시간을 제외한 순수 산행은 3시간 정도 걸립니다. 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 만족스럽고, 당일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서 효율적인 코스랍니다. 가파른 돌계단이 많아서 결코 쉬운 산행은 아닙니다. 하지만 산행 후에는 건강한 에너지가 몸과 마음에 꽉 차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