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조선시대 '최고 풍수 명당'… 고대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졌어요

입력 : 2025.06.09 03:30

계룡산

천황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계룡산 주 능선. 능선의 모습이 닭 벼슬이나 용의 등골을 닮았다 해서 계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천황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계룡산 주 능선. 능선의 모습이 닭 벼슬이나 용의 등골을 닮았다 해서 계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이 좋은 기운을 찾아간다고 알려진 산이 있는데요. 바로 계룡산입니다. '영험한 산'으로도 알려진 산이지요.

충청남도와 대전광역시에 걸쳐 있는 계룡산은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신라 시대엔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던 다섯 산을 뜻하는 오악(五嶽, 계룡산·토함산·지리산·태백산·팔공산) 중 하나이며, 조선 시대에는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삼악(三嶽, 계룡산·묘향산·지리산)으로 꼽혔습니다. 근대에 들어 취미 활동으로 등산이 유행하면서 인기를 얻은 산들도 있지만, 계룡산은 1000년 전부터 연예인처럼 유명한 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풍수가들에 의해 최고의 명당으로 꼽혔지요.

계룡산이라는 이름은 '닭 계(鷄)'자와 '용 룡(龍)'자를 씁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지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도를 정하려고 전국을 답사할 때 무학대사가 계룡산 산세를 두고 황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金鷄抱卵)'의 모습이자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비룡승천(飛龍昇天)' 모습이라 했는데, 여기서 한 글자씩 따서 지은 이름으로 알려져 있어요. 하지만 삼국시대에도 '계룡산'이라고 적힌 기록이 있기 때문에 이는 이름에 관련된 설화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계룡산을 가보면 무학대사의 말이 이해가 갑니다. 정상인 천황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용의 등골을 닮았고 동시에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닭볏을 닮았거든요. 아쉽게도 이 능선은 산행이 금지된 구역이라 산악인들은 대신 '자연성릉'을 필수 코스로 잡습니다. 삼불봉에서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인데, 마치 자연이 가파른 성벽을 만든 것처럼 벼랑을 이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이 자연성릉 코스는 '원점 회귀' 산행의 교과서라 불리곤 합니다. 산행에서 '원점 회귀'는 출발 지점을 떠나 둥근 원을 그리듯 산을 한 바퀴 돌아서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말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새로운 풍경을 보며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등산 마니아들도 원점 회귀 코스를 선호하지요. '얼마나 정상을 빨리 다녀오느냐'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산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보는 걸 중시하니까요. 요즘은 갔던 길을 그대로 되밟아 내려오는 것을 원점 회귀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에요.

계룡산의 대표적인 원점 회귀 코스는 동학사를 기점으로 삼불봉에 올랐다가 자연성릉을 지나 관음봉에 오른 후 다시 동학사로 하산하는 것입니다. 약 8km 코스이며, 휴식 시간을 제외한 순수 산행은 3시간 정도 걸립니다. 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 만족스럽고, 당일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서 효율적인 코스랍니다. 가파른 돌계단이 많아서 결코 쉬운 산행은 아닙니다. 하지만 산행 후에는 건강한 에너지가 몸과 마음에 꽉 차게 될지도 모릅니다.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