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내 편에게만 공감하는 시대… '과잉 공감'이 사회 갈등 키우죠

입력 : 2025.06.09 03:30

공감의 반경

[재밌다, 이 책!] 내 편에게만 공감하는 시대… '과잉 공감'이 사회 갈등 키우죠
장대익 지음|출판사 바다출판사가격 1만6500원

공감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공감은 상상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의 처지에 서보는 것입니다. 이런 공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과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입니다.

감정 이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은 익숙하고, 쉽고, 거의 자동적입니다. 반면에 인지적 공감은 의식적으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가능합니다. 정서적 공감은 인류 진화의 역사에서 더 오래됐고 지금도 공감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진화생물학과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이러한 공감의 한계와 가능성, 그리고 보다 바람직한 공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고찰합니다.

왜 책 제목이 '공감의 반경'일까요? 저자는 공감의 깊이와 넓이는 서로 충돌한다고 지적합니다. 내가 속한 집단에만 지나치게 공감하면 집단 밖 다른 사람들에 대해선 공감의 반경을 넓히기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테러 조직은 자기 집단과 구성원에 대한 깊은 공감으로 무장한 채 테러 행위를 벌이지요.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사회적 갈등도 자기 집단에 대한 과잉 공감, 특히 정서적 공감의 과잉 때문일지 모릅니다.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는 사용자의 과거 행동과 성향을 넘어서는 새로운 게시물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용자를 사용자 자신의 목소리 안에 가두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 결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공감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사용자의 편향성을 더욱 키우게 됩니다.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끼리끼리 정서적 공감의 깊이는 더욱 깊어지고 있지만 타자에 대한 인지적 공감의 반경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 하나는 독서가 공감력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책 읽는 동안 더 깊이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며 무엇인가를 새롭게 보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영화나 TV를 보고 몰입할 때 우리 뇌는 일부분만 활성화되지만, 책을 읽으며 몰입할 때는 뇌 전체가 활성화되고 활용된다는 것이지요. 글 읽는 과정에서 다른 생각이나 감정, 지식 등을 타인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 능력이 향상됩니다.

저자는 인간이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문명을 이룩한 종이라는 사실은 인간이 경쟁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적합니다. "타인이나 다른 집단에 대한 배려와 협력이 없었다면, 문명이 탄생했을지라도 바로 파괴되고 말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명확하다. 공감의 반경을 확대해 문명의 위기를 헤쳐 나가든가, 서로 반목하고 고립되어 공멸하든가."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