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비구름 움직임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자기파 쏴서 '기상 지도' 그려요
입력 : 2025.06.05 04:10
기상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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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기상 레이더 영상이에요. 색깔이 진할수록 강한 강수를 의미합니다. /기상청
그렇다면 기상 레이더는 어떻게 수백㎞ 떨어진 비구름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걸까요? 기상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하늘로 쏘아 비구름을 탐지하는 기상 관측 장비예요. 전자기파 중에서도 '마이크로파'를 사용합니다. 마이크로파는 우리 눈에 보이는 빛(가시광선)보다 파장이 훨씬 길어서 구름을 뚫고 지나갈 수 있어요.
마이크로파가 공중의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에 부딪히면 일부가 다시 레이더로 되돌아옵니다. 예를 들어, 작은 물방울들이 모인 옅은 구름은 신호를 약하게 반사하지만, 크고 무거운 빗방울이 가득한 먹구름은 강하게 반사하지요. 이렇게 되돌아오는 신호의 세기, 즉 반사 강도에 따라 레이더 영상에는 초록·노랑·빨강·보라 등 다양한 색으로 표시됩니다. 초록색은 약한 비, 노란색은 보통 비를 의미해요. 보라색으로 점점 더 색깔이 짙어질수록 강한 비나 우박을 의미하지요. 이것이 기상예보에서는 '시간당 몇 ㎜의 비가 내린다'와 같은 구체적인 수치로 바꿔서 전달된답니다.
기상 레이더는 처음부터 날씨 관측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어요. 레이더(RADAR)는 'RAdio Detection And Ranging(무선 탐지 및 거리 측정)'의 약자로, 전자기파를 이용해 물체의 위치나 거리를 알아내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이 기술은 20세기 초반 발명됐고 2차 세계대전 때 적군의 위치를 탐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본격 이용됐죠. 당시 영국 공군은 레이더 기술로 독일군의 공습을 미리 포착하고 방어했는데, 그 과정에서 레이더 화면에 나타나는 구름의 반사 신호를 자주 마주하게 됐어요. 이 경험을 통해 전쟁이 끝난 뒤부터는 레이더를 날씨 관측에 활용하는 연구가 시작됐답니다. 초기엔 비구름의 위치나 강수 세기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엔 토네이도나 강수의 종류(비·눈·우박)까지 알 수 있게 됐죠.
최근에는 기상 레이더 분석에 인공지능도 활용하고 있어요. 5분마다 생산되는 수십만 장의 레이더 영상을 컴퓨터가 학습해 몇 시간 후의 비구름 위치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는 거죠. 또 인공지능은 레이더 영상의 미묘한 패턴 변화를 읽어내 읍·면·동 단위로 집중호우 가능성도 알려준답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호우 긴급 재난 문자가 제때 정확한 위치에 발송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우리가 언제든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날씨 앱 속 기상 레이더 영상에는 이처럼 전자기학·대기과학·신호처리공학·인공지능까지 현대 과학기술의 수많은 지식이 집약되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