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순탄한 인생 살아온 판사의 후회… 죽음 앞에서야 삶의 의미 깨달았죠
입력 : 2025.06.05 09:52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지음|이강은 옮김|출판사 창비|가격 1만원
레프 톨스토이 지음|이강은 옮김|출판사 창비|가격 1만원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정교하고, 가장 완벽하다."(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이 소설을 읽고, 내가 쓴 작품이 모두 쓸모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기 드 모파상) 문학사의 거장들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남긴 감상입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이 소설은 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중단편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지요.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이뤄온 법관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완벽한 삶의 기준을 성실히 따라온 그는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쌓으며 순탄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인생의 위기가 찾아와요. 그는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얻으려고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사 갔는데, 새로 이사한 집을 꾸미다가 사다리에서 미끄러져 옆구리를 다쳐요. 처음엔 가벼운 타박상으로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이 사고 이후 그의 몸과 정신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병세는 조금씩 악화되었고, 이반 일리치는 정체불명의 육체적 고통과 두려움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그가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정확히 진단조차 못 하지요. 이런 상황에서 가족들은 그가 병석에 누워 있는 모습을 점점 불편하게 여깁니다. 아내는 남편을 겉으로만 걱정하는 척하며 속으로는 성가신 존재로 느끼고, 딸 역시 아버지의 고통보다는 자신의 사교 일정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아버지로 인해 자신의 결혼 일정이 어긋날까 봐 걱정합니다. 이반 일리치는 가족들의 태도에서 깊은 절망과 외로움을 느끼고 자신이 살아온 삶에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그는 성공과 명예를 좇으며 살아온 삶이 진정한 삶인지, 자신이 진심으로 행복했던 적이 있었는지 스스로 묻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그래,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 그가 진정으로 괴로워했던 것은 통증 그 자체가 아니라, 이 고통을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된 존재는 하인 게라심이었습니다. 게라심은 꾸밈없고도 성실하게 이반 일리치를 돌보며 진심으로 공감해 줘요. 그의 순수한 친절은 이반 일리치가 평생 경험하지 못한 위로였고, 그는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관계와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자신의 삶이 허위로 가득 찼던 것임을 깨닫는 순간, 그는 오히려 죽음을 담담히 수용하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인 "죽음 대신 빛이 있었다"는 바로 내적 깨달음을 상징하지요.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두려움이 사라지고 해방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한 인간이 죽음을 통해서야 비로소 삶의 진실을 깨닫는 과정을 그립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각자의 답을 고민해 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