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갑자기 나타나 '퍽' 사람도 때려… 번식기에 잔뜩 예민해져서 공격하는 거래요

입력 : 2025.06.04 03:30

까마귀

우리나라 텃새인 큰부리까마귀. 까마귀는 세계적으로 40여 종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를 포함해 네 종류랍니다. /위키백과
우리나라 텃새인 큰부리까마귀. 까마귀는 세계적으로 40여 종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를 포함해 네 종류랍니다. /위키백과
요즘 울산에는 '까마귀 주의보'가 내려졌대요. 길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까마귀 공격을 받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울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까마귀들이 '까악 까악' 우는 모습을 부쩍 자주 볼 수 있어요. 까마귀는 생김새와 불길한 느낌의 울음소리, 드센 성질 때문에 비호감도가 높은 새인데요. 가장 똑똑하고 생존력이 강한 새로 꼽히기도 합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가장 진화한 새'라고까지 말해요.

까마귀는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세계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는데요. 어떤 곳에서도 잘 적응해서 살아가지요. 까마귀는 40여 종이 있는데, 이 중에 우리나라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종류는 텃새인 까마귀와 큰부리까마귀, 철새인 갈까마귀와 떼까마귀 등 네 종류랍니다. 이 중에 몸길이가 55㎝로 덩치가 가장 큰 큰부리까마귀가 요즘 울산에서 사람들을 겁주고 있는 녀석이죠. 원래 그렇게 성질이 사납지는 않은데 3~7월은 번식·육아기여서 잔뜩 예민해져요. 그래서 이 시기 사람이 가까이 오면 공격하는 경우가 많대요. 새끼에 대한 보호 본능이 강해져 매나 독수리 같은 맹금류를 먼저 공격할 정도로 용감해진다고 해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까마귀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건 우선 전국 도시들이 하천을 자연 친화적으로 정비하고 숲을 가꾸는 과정에서 나무를 많이 심어서 둥지를 틀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해요. 또 까마귀는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도 잘 먹기 때문에 도시화가 오히려 서식지를 넓혀준 측면도 있답니다.

까마귀는 강인한 생존력과 함께 지능이 높은 걸로도 유명해요. 돌고래·침팬지·앵무새 등과 함께 지능이 높은 동물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답니다. 단단한 조개나 나무 열매를 바위에 두들겨 쪼개는 등 도구를 사용할 줄 알죠. 이런 까마귀는 예로부터 동양권에서 신성한 새로 여겨졌어요. 고구려와 고려 유적에 발이 세 개인 까마귀 '삼족오(三足烏)'의 그림이 등장하고,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칠월칠석날 만날 때도 까마귀는 까치와 함께 오작교(烏鵲橋)를 만들어 주죠.

그런데 까마귀에 대한 인상이 썩 좋지 않은 데는 이들의 식성도 한몫하고 있죠. 가리는 것 없이 골고루 먹는 잡식성인데 그중에서도 동물의 사체를 즐겨 먹거든요. 바닷가에서는 뭍으로 밀려온 썩은 물고기 사체를 먹고, 도시에서는 로드킬로 죽은 야생동물 사체를 먹는답니다. 이런 식습관은 보기엔 안 좋아 보이지만, 주변에 나쁜 병균이 퍼지는 걸 막아주기도 해요.

까마귀 하면 온 몸이 모두 검은색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종류도 있답니다. 우리나라에 철새로 찾아오는 갈까마귀와 주로 아프리카에 사는 흰가슴까마귀는 목과 가슴팍에 흰 털이 나 있어요. 유럽에 주로 사는 뿔까마귀는 가슴과 배 부분이 짙은 회색이죠.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