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히말라야 찾은 산악인 안내하는 민족… 첫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도 함께 했죠

입력 : 2025.06.03 03:30

셰르파

1953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왼쪽)와 네팔인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로이터 연합뉴스
1953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왼쪽)와 네팔인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가 네팔에 가서 셰르파(Sherpa)의 삶을 체험한 장면이 화제가 됐어요. 거친 산길과 높은 구름다리를 건너며 에베레스트가 보이는 히말라야 산중 마을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셰르파는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를 오르는 등반가들을 안내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많은 사람이 '등반 안내가'로만 알고 있는 셰르파는 원래 네팔, 인도 북부, 중국 티베트 지역에 거주하는 산악 민족의 이름이에요. 현재 세계적으로 26만명 정도가 살고 있어요. 셰르파는 티베트어로 동쪽을 뜻하는 '셰르(sher)'와 사람을 뜻하는 '파(pa)'가 합쳐진 말로, '동쪽 사람들'이라는 뜻이에요. 어원처럼 이들은 네팔 동쪽 티베트 지역에서 네팔로 이주해 온 사람들로, 티베트어에서 유래한 '셰르파어'를 쓰고 티베트 불교를 믿는 등 티베트의 문화적 전통을 일부 갖고 있어요. 이들은 15세기 무렵 네팔 지역으로 이주해 소금이나 양털, 쌀 등을 교역하는 상인으로, 야크와 소를 키우는 목동으로, 감자와 메밀 등을 재배하는 농부로 활동했답니다.

현재 셰르파들의 중심지는 에베레스트 남쪽의 산중 마을 '남체 바자르'예요. '바자르(Bazaar)'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말로 '시장'을 뜻하지요. 이곳이 에베레스트로 가는 관문이자 히말라야와 티베트 등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교역의 중심지라서 붙은 말로 보입니다.

고산지대에서 물건을 교역하던 셰르파들은 20세기에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됩니다. 바로 세계에서 히말라야를 찾아온 산악인들을 안내하는 일이었어요. 이후 셰르파라는 이름은 히말라야 등산객들의 짐을 나르고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게 됐지요.

셰르파들이 유명해진 건 1953년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영국의 에드먼드 힐러리 원정대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덕분이었어요. 사람들은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중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했는지 궁금해했어요. 사실 그날 에베레스트 정상 바로 밑에 먼저 도착한 건 셰르파 텐징이었대요. 텐징은 뒤처진 힐러리를 기다렸다가 먼저 정상을 밟도록 해줬다고 합니다.

셰르파들은 짐까지 지고 힘들게 산을 오르면서도 때로는 산악인보다 뛰어난 등반 실력을 발휘하죠. 그런데도 엘리트 산악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작년 18세 나이로 세계 최고봉 14곳을 오른 셰르파 니마 린지는 "셰르파들은 여전히 서양 등반가들을 돕는 사람이라는 인식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죠. 등반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후원을 받지 못해 엘리트 산악인으로 나서기 힘든 불공평한 현실을 호소한 것이지요.


황은하 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