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신문을 읽는 건 역사를 보는 것… 대한제국 시절도 지금과 닮았어요

입력 : 2025.06.02 03:30
[재밌다, 이 책!] 신문을 읽는 건 역사를 보는 것… 대한제국 시절도 지금과 닮았어요
저잣거리의 목소리들

이승원 지음|출판사 천년의상상|가격 1만7000원

역사라고 하면 왕과 장군, 학자, 발명가, 탐험가 같은 이들이 활약하는 이야기부터 떠올리기 쉽습니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대한제국 시대(1897~1910) 일간신문인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 화백의 우리나라 최초 시사 만평(漫評·비평 만화)을 비롯해 당대의 여러 신문에 나온 기사 등을 바탕으로 합니다.

1908년 5월 22일 자 '대한매일신보'엔 인천 지역 18세 기생의 글이 실렸습니다. "만국이 서로 교통하고 항구를 열어 만국 사람들이 섞여 사는 때다. 이런 때에 무슨 일이 바쁘지 아니하리오. 우리나라의 지금 형편을 보건대 이 천한 여자의 생각으로는 결단코 교육을 완전히 성취하지 못하여 남의 웃음을 살까 걱정하노라."

조선에서 천대받는 신분이었던 기생들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시선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기생의 글이 신문에 실렸던 것입니다.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교육을 받지 못했던 시절, 이는 당시의 교육 환경이 얼마나 암담했는지 간접적으로 말해주지요.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부터 법에 따라 반려견과 함께 외출할 때는 목줄이나 가슴줄 길이를 2m 이내로 유지하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맹견에게는 입마개를 씌우도록 하고 있지요. 1907년 대구에 사는 일본인이 개에 물려 다치고, 진고개(오늘날 서울 충무로)에서도 일본인 아이가 개에게 물렸습니다. 대구, 서울, 인천 등에서 대대적인 개 소탕이 펼쳐졌습니다.

급기야 1909년 6월엔 '개 규칙' 법령이 반포됐습니다. '사람과 가축을 물 염려가 있는 개는 주인이 견고한 입마개를 채우거나 단단한 사슬로 묶어두는 것이 옳음' '개 주인은 자기 성명을 기록한 가죽 또는 금속 목걸이 혹은 나무패를 개의 머리에 착용시켜야 함'. 과거에도 오늘날과 비슷한 사회 문제와 고민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지요.

이 책을 읽어보면 신문이 역사를 연구하거나 편찬하기 위한 재료, 즉 사료(史料)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곧 역사를 읽는다는 뜻입니다.

때론 광고도 사료가 됩니다. 20세기 초 조선의 서구 물품 상점들은 신문 광고를 통해 소비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1+1' 판매와 유사한 방식도 선보였습니다. '어느 물건이든 2원 이상 구매하면 경품권 1장을 지급한다'는 광고도 실렸습니다. 당시 조선은 서구 문물과 대결할 만한 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전면적 경제 개방을 하면서 서양 물품이 들어왔어요.

저자가 말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거대한 사건에만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닐 터이다. 사소해 보이는 사건 역시 우리의 과거이자, 그때의 우리가 절실하게 살아낸 역사가 아닐까."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