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위인과 정신건강] 우울증으로 유서까지 남긴 작곡가… 절망 딛고 '합창 교향곡' 썼죠
입력 : 2025.05.29 03:30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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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키피디아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사진)은 자신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곤 했어요. 천재 작곡가로 알려진 그는 사실 활동 기간 대부분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습니다. 청력을 거의 다 잃고, 음악가로서의 자신감도 사라져 버린 상태였죠. 너무 절망적이어서 죽음을 택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대요.
하지만 베토벤은 절망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섰어요. 이때 작곡된 곡이 베토벤의 후기 현악 사중주 중 걸작으로 여겨지는 '현악 사중주 15번'입니다. 이 곡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제3악장에 붙인 메모 때문이에요. 베토벤은 이 악장을 '회복된 자가 신에게 바치는 거룩한 감사의 노래'라고 명명했습니다. 느리고 경건한 선율 속에 피어나는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울림은 어둠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오르는 것 같아요. 그가 겪은 고통과 회복의 감정이 음악으로 승화되어 있답니다.
베토벤은 1770년 독일 본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그는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음악 교육을 받으며 자랐어요. 12세 때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하며 음악적 기초를 다졌고, 17세에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서 모차르트를 만났죠. 모차르트는 베토벤의 즉흥 연주를 듣고 "이 청년을 주목하라, 그는 언젠가 세상을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하지만 베토벤은 20대 후반부터 귀가 먹먹해지고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증상을 겪기 시작했어요. 결국 30대 중반에는 대부분의 청력을 잃게 되었죠. 그는 음악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은 절망감에 여러 차례 깊은 우울증에 빠졌어요. 1802년, 베토벤은 자신의 고통과 절망을 적어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라고 불리는 글을 써요. 여기서 그는 청력 상실로 인한 고립감과 죽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해 나가죠. 그러면서 베토벤은 오히려 음악이 자신의 희망인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의 음악적 사명을 떠올리며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한 거예요. "오, 예술이여! 네가 나를 붙잡아 주었구나. 네가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울증, 조현병 같은 정신과 진단명이 체계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부터였습니다. 베토벤이 살았던 시절에는 정신적인 혼란을 겪는 경우 그냥 정신병으로 여겼습니다. 병을 치료한다고 생각하기보단 저절로 좋아지기를 기다리고, 심한 경우엔 사회에서 격리하려고 했죠.
하지만 베토벤은 자신의 불행을 음악 창작의 에너지로 바꿉니다. 특히 말년에 거의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 작곡한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인류애와 희망을 노래하는 곡으로 그의 정신적 승리를 상징하죠. 그는 머릿속으로 악보를 그리며 곡을 완성하는 능력을 키웠고, 덕분에 더 독창적이고 강렬한 음악을 만들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