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우주에는 정말 인간만 있는 걸까? 외계인이 이미 신호 보냈을지 몰라요
입력 : 2025.05.29 03:30
침묵하는 우주
폴 데이비스 지음|문홍규·이명현 옮김|출판사 사이언스북스|가격 2만2000원
폴 데이비스 지음|문홍규·이명현 옮김|출판사 사이언스북스|가격 2만2000원
우리는 다양한 모습의 외계인을 상상해 왔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선 'E.T.'처럼 머리가 크고 눈이 동그란 생명체, 인간처럼 생겼지만 신비한 힘과 언어를 갖고 있는 다양한 외계 생명체들이 등장하죠. 이렇게 수많은 허구의 산물은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인류의 관심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외계인은 정말 상상 속에만 존재할까요?
영국의 물리학자인 저자는 외계 어딘가에 있을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과학 탐사의 현재와 미래를 다룹니다. 1960년 미국의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전파망원경을 사용해 외계 문명이 보냈을지 모를 전파 신호를 탐색했는데, 이는 외계에서 보낸 신호를 찾으려는 '세티'(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죠.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외계 신호는 잡히지 않고 우주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세티는 주로 전파를 수신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외계에서 쏘는 전파가 있다면 그것을 받아 해석하겠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다른 은하는 너무 멀기 때문에 이 방식은 가장 먼저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습니다. 전파는 빛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만약 1000광년 떨어진 별에서 보낸 전파 메시지는 우리에게 오는 데만 1000년이 걸릴 테고, 우리의 답변 역시 1000년 후에나 도착할 수 있겠지요. 또한 신호를 보내는 문명이 어떤 기술 수준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외계 문명이 전파 대신 다른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낸다면 우리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외계의 신호를 놓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외계 문명의 신호를 잡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소통의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서로 다른 문명이 언어, 문화, 과학적 지식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는 수학적 언어처럼 보편적이고 공통된 개념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해석하거나 작성해야 하며, 상호 소통을 하기보단 오히려 오해의 여지가 적은 '지식 전송'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외계 생명체를 찾는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광활한 우주에서 또 다른 생명체와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와 고민이 필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외계 문명을 찾는 여정은 동시에 인간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탐구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