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대만 수도 타이베이 마스코트… 따뜻해서 겨울잠도 안 자요

입력 : 2025.05.28 03:30

대만흑곰

반달가슴곰의 한 종류인 대만흑곰. 가슴에 브이(V)자 흰색 털이 나 있어요. /위키피디아
반달가슴곰의 한 종류인 대만흑곰. 가슴에 브이(V)자 흰색 털이 나 있어요. /위키피디아
얼마 전 대만 정부에서 토종 곰인 대만흑곰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해발 1200m 아래에서 이 곰이 목격된 횟수는 2011~2017년 78회였는데 2018년부터 현재까지 513회로 껑충 뛰었어요. 곰이 발견된 지점도 늘어났고요. 대만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인 곰이 많아지는 건 그만큼 자연이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반겼죠.

대만흑곰은 우리나라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처럼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국가 차원에서 엄격하게 보호받는 야생동물이랍니다. 생김새를 보면 거무튀튀하고 덥수룩한 털에 가슴팍에는 브이(V) 자로 흰 털이 돋아있어요.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쏙 빼닮았는데, 대만흑곰이 반달가슴곰의 한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반달가슴곰은 동남아·동북아·일본 등 서식 지역에 따라서 일곱 종류로 나뉘는데요. 이 중 대만에서만 살아가는 종류가 대만흑곰이에요.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만주·시베리아 등에 사는 것과 같은 종류이고요. 몸길이는 최장 1.8m이고, 몸무게는 많게는 150㎏까지 나가요.

대만흑곰은 대만에서 가장 높은 위산(玉山·해발 3952m)을 비롯한 중·동부 고산 지대에 살고 있어요. 나무 열매뿐 아니라 곤충·게·새·뱀까지 먹는 잡식성인데요. 아주 드물게 멧돼지나 사슴을 잡아먹기도 한대요. 이런 모습은 다른 지역에 사는 반달가슴곰과 별반 다를 게 없죠.

그런데 대만흑곰에게는 다른 반달가슴곰에게서 볼 수 없는 두 가지 특성이 있어요. 첫째는 직접 보금자리를 짓는다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곰은 동굴이나 누군가가 파놓은 구덩이 등을 은신처로 삼는데요. 대만흑곰은 잔가지 등을 가져다가 새 둥지와 비슷하게 생긴 둥지를 만들고 잠을 자거나 쉰답니다.

또 하나는 겨울잠을 아예 자지 않는다는 거죠. 전 세계에 분포하는 곰 중에서 동남아시아의 말레이곰, 인도의 느림보곰, 남아메리카의 안경곰 등 기온이 높은 지역에 사는 곰들은 겨울잠 없이 1년을 보내는데요. 반달가슴곰 중에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지역에 사는 대만흑곰 역시 이런 습성을 갖고 있는 거죠.

대만 사람들의 곰 사랑은 아주 지극해서 나라 곳곳에서 마스코트나 캐릭터로 등장한답니다. 우선 수도 타이베이와 대도시 가오슝의 마스코트가 모두 대만흑곰이에요. 이 밖에 여러 스포츠·관광·문화 행사에 흑곰 캐릭터가 자주 등장하죠.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캐릭터와 마스코트로 인기 있는 것과 비슷하죠.

그런데 최근 곰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게 우리나라와 대만의 공통 고민이랍니다. 그래서 곰이 자주 목격되는 국립공원에서는 등산객들에게 가급적 무리를 지어 산에 오르고, 곰과 마주치면 침착하게 자리를 떠나라는 등의 대처 요령을 안내하죠.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