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벽돌의 마법사'로 불리는 건축가… 강남 교보타워·리움 M1 설계했어요

입력 : 2025.05.27 03:30

마리오 보타

/교보생명
/교보생명
얼마 전 지휘자 정명훈이 세계 최고 오페라 공연장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의 음악 감독을 맡는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1778년 개관한 라스칼라 극장은 이탈리아에서도 국가적으로 사랑받는 문화 시설인데요. 지난 2002년 개·보수를 할 때도, 옛 시설 일부를 철거하는 데 격렬한 논쟁이 붙을 정도였죠. 당시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건축가가 바로 마리오 보타(1943~)입니다.

스위스 출신의 보타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건축대학교에 다니면서 당대 손꼽히는 건축 거장들에게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보타는 르코르뷔지에의 조수로 일했고, 카를로 스카르파에게 지도받으며 논문을 썼죠. 졸업 후에는 루이스 칸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실제 보타의 건축물을 보면 이 세 사람의 특성이 드러납니다. 원통과 육면체 중심의 육중한 구조, 빛을 활용한 공간 연출 등이죠.

보타는 '벽돌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스위스 바젤 팅겔리 뮤지엄 등을 보면 벽돌을 주 재료로 사용하는 그의 건축 스타일이 잘 드러나지요. 그중에서도 유달리 사랑받은 분야가 있으니 바로 종교 건축입니다. 프랑스의 에브리 대성당, 스위스 산 조반니 바티스타 교회, 이스라엘 심발리스타 유대교 회당 등은 '걸작'으로 꼽혀요.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프로젝트를 맡는 비결은 보타의 건축관이 종교 건축에서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타는 건축의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로 '빛'을 꼽아요. 자연광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여 명상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 것인데, 이는 종교 건축물에 필요한 신성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제격이지요.

보타는 우리나라에서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했습니다. 서울 신논현역 앞에 있는 25층 규모의 강남교보타워(2003·사진)는 100m가 넘는 건물 외벽을 붉은색 벽돌로 마감했어요. 매끄럽고 가벼운 느낌의 유리 건물이 즐비한 강남에서 단단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며 존재감을 발휘하죠.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M1(2004)도 그의 작품입니다. 한국의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은 이 건물 중앙에는 지하부터 최상층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원형 홀이 있고 관람객들은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이동하는데요. 천장에서 내려오는 자연광이 은은하게 비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죠.

경기 화성시에 있는 남양성모성지 대성당(2020)은 설계부터 완공까지 10년 가까이 걸린 보타의 역작입니다. 41m 높이의 거대한 쌍둥이 탑을 성당 전면에 배치하고, 성당 외벽은 붉은 벽돌 수십만 장으로 마감했죠. 본당 천장 사이사이로 쏟아지는 자연광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요.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