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한미 제작 우주망원경, 매일 3600장 찍어 '3D 지도' 만들죠

입력 : 2025.05.27 03:30

스피어엑스(SPHEREx)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지난 2일 지구 위 약 700㎞ 상공에서 특별한 우주 임무가 시작됐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본격적으로 우주를 촬영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 망원경의 목표는 단순한 사진 촬영이 아닙니다. 약 4억5000만 개의 은하와 우리 은하에 있는 1억여 개의 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인류 최초로 '3D 우주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지난 3월 발사된 스피어엑스는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관측을 시작했어요. 오늘은 스피어엑스의 임무와 우주 지도 제작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주 전체를 훑듯이 관측

우주망원경은 별이나 은하 같은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우주에 쏘아 올린 망원경이에요. 지상에서도 대형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구엔 관측을 방해하는 요소가 많습니다. 대기는 빛을 흐리게 만드는데, 특히 적외선처럼 파장이 긴 빛은 대부분 대기가 흡수해 버려요. 그래서 아무리 큰 망원경이라도 선명한 영상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죠. 반면 우주에는 구름도 없고, 공기도 없고, 도시 불빛 같은 방해 요소도 없어요. 그래서 같은 성능의 망원경이라도 훨씬 더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답니다.

현재 대표적인 우주망원경으로는 1990년에 발사된 허블 망원경(렌즈 지름 2.4m)과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망원경(렌즈 지름 6.5m)이 있어요. 허블은 지구 상공 약 600㎞ 궤도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고, 제임스 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에서 우주를 관측 중입니다. 이곳은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으로, 지구와 비슷한 위치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태양 주위를 돌 수 있죠. 이 두 망원경은 지금도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그럼에도 스피어엑스를 발사한 이유는 각각 특화된 목적과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블과 제임스 웹은 감지하는 빛의 종류가 달라요. 허블은 주로 가시광선을 관측해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이죠. 이 망원경은 주로 가까운 우주의 한 지점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데 사용됩니다.

반면 제임스 웹은 적외선 관측에 특화돼 있어요. 적외선은 우주 먼지와 가스 구름을 통과할 수 있어요. 따라서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는 먼 거리의 천체까지 관측할 수 있답니다. 망원경의 렌즈는 크면 클수록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어서, 어두운 천체까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어요.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 렌즈가 훨씬 커서 희미하게 보이는 은하나 별의 빛도 놓치지 않고 관측할 수 있지요. 하지만 제임스 웹은 관측 시야가 좁아서 한 번에 넓은 지역을 보기 어렵다는 게 단점이에요.

스피어엑스는 렌즈 지름이 약 20㎝에 불과한 작은 망원경입니다. 특정 천체의 선명한 이미지보다는 전 우주의 구조를 알아보는 데 최적화되어 있어요. 앞의 두 망원경이 망원렌즈라면, 스피어엑스는 화질은 조금 떨어져도 넓은 장면을 한 번에 담는 초광각 렌즈라고 생각하면 쉽지요.

스피어엑스는 한국천문연구원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이에요. 지금은 지구 상공 약 700㎞에 있는 극궤도를 돌고 있어요. 하루에 지구 약 14.5바퀴를 돌며 매일 3600장의 우주 사진을 찍고 있어요. 앞으로 25개월 동안 1만 번 이상 지구를 돌면서 우주를 빠짐없이 촬영할 예정입니다.

102가지 색으로 우주 사진 찍어

스피어엑스는 어떻게 광활한 우주를 관측할까요? 그 비결은 바로 스피어엑스의 핵심 기술인 '영상 분광 관측'에 있어요. 이는 넓은 영역을 촬영하는 '영상 관측'과 천체에서 나오는 빛을 파장(색깔)별로 나눠 분석하는 '분광 관측'이 결합된 기술이에요.

스피어엑스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을 102가지 파장으로 나눠서 관측해요. 각 천체는 각각의 고유한 파장을 방출하는데, 이를 세세히 나눠보면 특정 천체의 온도나 성분, 나이, 거리 같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죠. 스피어엑스에는 6개의 적외선 검출기가 있어서, 우주에서 날아오는 파장을 마치 프리즘이 햇빛을 무지개로 나누듯 분리해요. 기존 망원경들은 4~5가지 파장(색)으로만 구분할 수 있었어요. 마치 흑백 영화가 컬러 영화로 바뀐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죠.

스피어엑스는 이렇게 다양한 파장으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수억 개의 은하와 별들의 위치와 거리 등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이 정보를 조합하면 3D 우주 지도가 만들어져요.

우주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혀요

과학자들은 왜 3D 우주 지도를 만들려고 할까요? 과학자들은 이 지도를 통해 우주가 어떻게 시작돼 변화해 왔는지 연구하려고 해요. 약 138억 년 전 '하나의 점'에서 갑자기 우주가 터지듯 시작됐다는 '빅뱅 이론'을 설명하려는 거죠. 스피어엑스가 만드는 우주 지도를 통해 그 급팽창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는 거예요.

우주의 역사도 연구합니다. 우주가 팽창한 뒤, 별과 은하들은 어느 시기에 만들어져 진화했는지를 탐구하는 거예요. 우주 초기의 은하 분포는 마치 우주의 성장 기록과도 같아요. 어떤 지역에 은하가 몰려 있는지, 어디에 없는지를 보면 우주의 변화 과정을 거꾸로 추적할 수 있죠. 2D 지도는 천체의 방향만 알려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알기 어렵죠. 반면 3D 지도로는 거리 정보를 알 수 있어 우주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 왔는지도 함께 볼 수 있어요. 또 스피어엑스는 태양계 밖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지도 파악할 예정입니다. 적외선 관측을 통해 생명체 형성에 필요한 물과 이산화탄소의 흔적을 찾는 것이죠.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