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학교 급식 노동자·배달 라이더·농부… 음식 한 그릇엔 여러 직업 노고 담기죠
입력 : 2025.05.26 03:30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학교 급식이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매일 도시락을 싸주셨지요. 내일은 어떤 반찬을 싸줄까 고민하셨을 어머니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 오늘날은 학생들이 먹는 학교 급식 음식을 만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중년 이상 여성들입니다. 매일 수백 명이 먹을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한다는 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요. 사회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바로 이런 분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저자는 농부, 외국인 노동자,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자, 배달 노동자, 학교 급식 노동자 등 우리가 먹는 음식을 둘러싼 이들이 처한 현실을 짚어 봅니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밥을 위해 많은 부담을 지는 이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말하지요. 우리가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짧은 순간이 농민, 요식업 종사자, 배달 기사 등의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노동의 시간이 됩니다.
1998년부터 학교 급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위탁에서 직영으로, 그리고 친환경 무상 급식 단계로 진전했습니다. 학생들의 끼니를 책임지는 급식 종사자들은 비닐 앞치마와 장화, 위생모와 마스크, 팔 토시를 하고 한증막 같은 급식실에서 밥을 하고 국을 끓여 냅니다.
밥 한 끼를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이는 곡식을 키우고, 식재료를 다듬고, 식단을 짜고, 요리하고, 설거지를 한 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저자는 우리 농촌의 실상을 살피며 매일 먹는 밥 한 끼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농민은 200만 명 정도이고 평균 나이는 70세 정도입니다. 부모의 농업을 이어서 계속하겠다는 '승계농' 숫자는 수천 명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여 년 안에 5000만 국민의 밥을 만 명도 되지 않는 농부가 책임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 한 그릇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고와 사회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적 판단까지 복잡하게 담겨 있습니다. 저자가 말합니다. "인간의 실체를 정의하자면,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의 총체이다. 음식은 오로지 맛과 영양, 칼로리의 총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모든 음식에는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자연의 변천까지 망라되어 있고, 여기에 개인의 기억과 사연까지 깃들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해 주는 이들이 많습니다. 힘들게 작물을 키워내는 농부들이나 급식 노동자 같은 분들이야말로 어쩌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유지되는 데 꼭 필요한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과 마주치면 고마움을 표시하는 인사를 드리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