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전국에 가장 많이 심는 조경수인데 정체는 불분명?

입력 : 2025.05.19 03:30

영산홍

영산홍(왼쪽)과 철쭉(오른쪽). 철쭉은 영산홍보다 훨씬 연한 색이에요. /김민철 기자
영산홍(왼쪽)과 철쭉(오른쪽). 철쭉은 영산홍보다 훨씬 연한 색이에요. /김민철 기자
얼마 전 경기도 안성에서 영산홍 꽃을 따서 먹은 초등학생 4명이 복통과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영산홍은 '그라야노톡신'이라는 독성 물질이 있어서 먹으면 구토·복통·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화전(花煎)을 부쳐 먹는 등 먹을 수 있는 꽃으로 알려진 진달래와 착각한 것 같습니다.

주변 공원이나 화단,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 비슷한 진달래속 식물은 진달래와 철쭉, 산철쭉, 영산홍이 있습니다. 이 중 진달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서, 철쭉은 꽃이 흰색에 가까운 '연한' 분홍색이고 잎이 둥글어 구분에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문제는 산철쭉과 영산홍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산철쭉은 4~5월 산에서 주로 냇가를 따라 진한 분홍색 꽃이 피는 나무입니다. 산철쭉은 철쭉보다 색깔이 '진한' 분홍색이고 잎 모양은 진달래와 비슷한 긴 타원형입니다. 그런데 산철쭉을 화단이나 공원에 심는 경우도 있습니다.

4~5월 공원이나 화단에서는 산철쭉과 비슷하지만 꽃이 작고 색깔은 더 화려한 꽃들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원예종 영산홍입니다. 영산홍은 일본에서 무도철쭉 등을 산철쭉 등과 교잡시켜 만든 원예종을 총칭하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왜철쭉'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색에 따라 자산홍·연산홍 등 푯말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나오는 대로 그냥 영산홍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영산홍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심는 조경수라고 합니다. 정원의 축대 사이나 돌 틈에 많이 심습니다.

문제는 영산홍이 종으로 정의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식물이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식물을 정리해 놓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영산홍을 찾아보면 설명이 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산홍이 무엇인지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교잡종이 나오고 업자들이 부르는 유통명까지 섞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꽃 색깔도 붉은색 계통이 많지만 울긋불긋 셀 수 없이 다양합니다. 대체로 잎이 작고 좁으며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반상록이 많습니다.

더구나 영산홍 중에는 산철쭉과 비슷하게 생긴 품종도 있어서 전문가들도 둘을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술 수가 산철쭉은 10개인데 영산홍은 5~9개이고, 아린(겨울눈을 감싸는 비늘 조각)이 산철쭉은 끈적끈적한데 영산홍은 그렇지 않은 점이 다르다고 합니다. 영산홍은 겨울에도 잎이 남아 있는 반상록성이 강해 서울 기준으로 요즘 새잎과 묵은잎이 같이 보이면 영산홍, 새잎만 보이면 산철쭉입니다.

진달래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 꽃잎을 따 허기를 채운 꽃입니다. 그래서 진달래는 먹을 수 있다고 참꽃, 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을 수 없다고 개꽃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철쭉·영산홍은 물론 산철쭉과 진달래도 어느 정도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진달래는 좀 약한 정도인데, 진달래꽃도 많이 먹으면 설사하거나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