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젖소는 더위에 민감해… 지구온난화 심해질수록 우유도 줄어든대요

입력 : 2025.05.15 04:25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

작년 9월 가뭄으로 메마른 브라질 솔리모스강. ‘극한 날씨’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농작물 피해와 식량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로이터 연합뉴스
작년 9월 가뭄으로 메마른 브라질 솔리모스강. ‘극한 날씨’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농작물 피해와 식량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요.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 5세 미만 어린이 4명 중 1명이 굶고 있습니다."

작년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발표한 식량 빈곤 관련 보고서에 담겨 있는 이 문장은 세계적으로 충격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보고서는 유니세프가 약 100국 실태를 조사해 처음 내놓은 자료였다고 합니다. 사실 굶주림과 식량 부족은 오래전부터 인류가 겪어온 문제예요. 하지만 최근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쟁이나 가난, 불평등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의 기후 때문이지요.

'기후 위기'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많은 사람이 "여름이 더 더워지고, 겨울이 더 추워지겠지" 정도로 심각하지 않게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는 기후 위기가 곧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어요. 식량과 농지,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이 늘고 있거든요.

폭염과 가뭄, 홍수, 태풍 같은 '극한 날씨'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먹거리에도 큰 영향을 미쳐요. 2022년 유럽을 휩쓴 폭염과 가뭄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옥수수 생산량은 20% 이상 감소했다고 해요. 해바라기와 콩의 생산량도 15% 줄어들면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고요. 최근 브라질에서는 이례적인 규모의 홍수와 가뭄이 연이어 발생했는데, 그 결과 아라비카 커피 원두가 제대로 재배되지 못해 작년 원두 가격이 70%나 올랐습니다.

극한 기상에 대처할 인프라가 많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합니다.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가뭄과 폭염으로 최근 몇 년 동안 평균보다 낮은 곡물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2024년 극심한 홍수와 사이클론이 발생한 뒤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현재 6000만명 넘는 사람들이 '식량 지원'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농업은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지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농지의 70%에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과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후변화 때문에 현재 90% 넘는 우리나라 쌀 자급률이 2050년 5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에게도 큰 영향을 줍니다. 젖소는 다른 가축들보다 무더위에 약해요. 25도가 넘어가면 더위를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데요. 이때 사료 섭취량과 우유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마치 사람이 더위 먹으면 밥맛이 떨어지고 움직이기 귀찮아지는 것과 같죠. 또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곡물의 영양가도 떨어집니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하는데, 농도가 높아지면 처음엔 식물이 더 잘 자라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기도 전에 생장이 끝나버린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우리 식탁엔 전보다 단백질, 철분, 아연이 적게 들어 있는 곡물과 채소가 오르게 됩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