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밈'은 소셜미디어 유행 뜻하는 단어? 모방 통해 내면화된 가치관 뜻하죠

입력 : 2025.05.15 04:25
[재밌다, 이 책!] '밈'은 소셜미디어 유행 뜻하는 단어? 모방 통해 내면화된 가치관 뜻하죠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이상임 옮김|출판사 을유문화사|가격 2만원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이 결정은 전부 우리 의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오늘 소개할 책은 이 질문에 대한 충격적인 답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자유의지라 믿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보이지 않는 유전자의 '명령'과 문화적 힘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만이 이 운명을 거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진화론'을 설명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고요. 이는 인간이 유전자의 생존과 복제를 돕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행동은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보다 많이 남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유전자라는 분석 틀로 한 개인을 넘어 인간 문명과 문화 현상까지 설명합니다. '밈(meme)'이라는 말을 익숙하게 들어봤을 거예요. 오늘날엔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는 유행을 말할 때 사용하죠. 밈은 저자가 처음 제안한 개념인데, 인간 사회에서 모방을 통해 퍼지는 '문화 정보'를 의미합니다. 저자는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밈에 의해 사고방식이 규정되고, 밈에 따라 행동한다고 말해요. 우리가 들어온 말이나 관습, 믿음 대부분은 모방과 반복을 통해 내면화된 밈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밈의 세계에서도 '자연선택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밈은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까지 퍼져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밈은 인류를 진보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때로는 편견과 갈등을 심화하는 위험한 형태로도 남습니다. 예를 들어, 역사적으로 큰 비극을 초래한 '인종주의'는 부모, 학교, 사회 분위기를 통해 학습되고 반복된 밈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생명과 진화에 대한 통찰을 넘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던집니다. 저자는 "인간은 유전자의 프로그램대로 움직이지만 동시에 오직 인간만이 그러한 프로그램에 저항할 수 있다"고 강조해요. 냉철한 시선으로 인간 본성을 해부하면서도, 결국 인간이 가진 변화의 가능성과 선택의 힘을 믿으라는 것이죠. 유전자와 밈에 순응해 무의식적으로 살아갈 것인지, 그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출간된 지 50년 가까이 된 책이지만, 여전히 이 책이 제시하는 분석 틀로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윤리, 기후 위기, 갈등과 혐오 현상 뒤에도 유전자와 밈의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에 이 책은 여전히 의미 있는 고전입니다. 인류가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되묻게 하지요.


이진혁 출판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