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알딸딸한 기분 느끼려 발효 과일 찾아… 사람 유전자와 98.5% 같대요

입력 : 2025.05.14 04:50

침팬지

야생 침팬지들이 발효되어 알코올이 든 과일을 나눠 먹고 있어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술 마시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엑서터대
야생 침팬지들이 발효되어 알코올이 든 과일을 나눠 먹고 있어요. 사람들이 모여 앉아 술 마시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엑서터대
얼마 전 침팬지에 관한 흥미로운 뉴스가 들려왔어요. 서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에서 침팬지들이 자연 발효돼 알코올이 든 과일을 마치 술 마시듯이 먹는 모습이 발견됐다는 거예요. 동물들이 가끔 발효된 과일을 먹고 취해 해롱해롱거리는 모습이 발견된 적은 있어요. 그런데 이 침팬지들은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발효된 과일을 찾아 나선 것처럼 보인대요.

이는 습성이 사람을 빼닮기로 유명한 침팬지의 특성을 보여주는 단면이에요. 잘 알려진 대로 침팬지는 고릴라·오랑우탄·긴팔원숭이 등과 함께 유인원(類人猿)에 속하죠. 유인원은 '사람과 닮은 원숭이'라는 뜻인데요. 유인원의 특징은 다음과 같아요. 우선 걸을 때 사람처럼 상체를 약간 곧게 세워 걷는답니다. 꼬리가 없고, 얼굴과 귀가 털로 덮여 있지 않은 점도 사람과 비슷하죠.

침팬지는 한발 더 나아가 독보적인 능력을 갖고 있답니다. 바로 도구를 쓰는 거예요. 침팬지가 즐겨 먹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개미와 흰개미인데요. 가는 풀줄기나 나뭇가지를 개미집에 쑤셔 넣은 뒤 줄기에 붙어 나오는 개미·흰개미들을 핥아 먹는답니다. 또 물이 부족할 때는 나뭇잎을 나무 구멍에 넣어 고여 있는 물을 묻혀서 마시죠. 비가 쏟아질 때는 커다란 나뭇잎을 우산처럼 들고 있기도 하고요. 침팬지는 얼굴 표정으로 분노·두려움·기쁨·슬픔 등의 감정을 표현해요. 다양한 몸짓과 울음소리를 통해 서로 소통하죠. 정말 사람과 닮은 점이 많지 않나요? 실제로 침팬지와 사람의 유전자는 무려 98.5%가 같대요.

침팬지는 많게는 80마리까지 한 무리를 이루고 살고, 우두머리 수컷 한 마리가 무리를 이끌어요. 보통은 6~10마리의 가족이 한 무리를 구성해요. 침팬지들은 동료들과 서로 털을 골라주며 많은 시간을 보내요. 이런 행동을 '그루밍(grooming)'이라고 하는데요. 털 속에 있는 먼지와 기생충을 제거하고 무리 구성원들과 친밀감을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요. 이렇게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필요할 때 힘을 합칠 수가 있거든요. 침팬지들은 주식으로 나무 열매나 곤충 등을 먹지만 종종 원숭이나 영양도 잡아먹는답니다. 사냥은 대개 협업으로 이뤄지는데, 이때 평상시 다져왔던 팀워크가 발휘되죠.

침팬지는 보통 한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아요. 태어난 후 6개월 정도는 새끼가 어미 배에 착 달라붙어 있답니다. 이후 생후 두 살 정도까지는 어미 등에 올라타죠. 평균 수명 40년으로 추정되는 침팬지는 일곱 살에서 열 살 무렵에 비로소 독립하는데 그 전까진 어미와 함께 살면서 집 짓는 법, 도구를 이용해 먹이 잡는 법, 동료의 털을 골라주는 법 등을 전수받는답니다. 이렇게 침팬지는 사람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덕에 '타잔'과 '혹성탈출' 등 여러 영화에서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해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