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곤돌라 내려 20분 걸으면 1614m 정상에… 주변 산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죠
입력 : 2025.05.12 03:30
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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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회 '월간 산 사진전'에서 금상을 받은 유지훈씨의 작품 '덕유산 달빛 소나타'. 향적봉에서 본 주변 산 능선이 마치 신선이 하늘에 붓질한 것 같아요. /월간 산
덕유산(德裕山)은 이름의 유래도 덕스럽습니다. 16세기 말 임진왜란 당시, 수많은 사람이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본군이 이곳을 지나갈 때면 안개가 자욱해져 산속에 숨어 있는 이들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고 해요. 안개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덕이 많은 산'이라 하여 '덕 덕(德)'자에 '넉넉할 유(裕)'자를 붙여 덕유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덕이 많은 완만한 산이라고 하지만,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은 남한에서 넷째로 높은 산봉우리랍니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다음이지요. 하지만 다른 고산들과 달리 향적봉 오르는 길은 비교적 수월합니다. 하루 정도만 시간을 내면 가족과 함께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산이에요.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는 해발 1520m까지 이어지는 곤돌라를 탈 수 있습니다. 이 곤돌라는 설천봉까지 데려다주지요. 거기서 약 20분을 걸어 올라가면 덕유산 최고봉 향적봉에 도착해요. 정상에서 넉넉히 경치를 구경한 뒤 곤돌라를 타고 다시 내려올 수 있어 체력 부담이 적은 코스랍니다.
향적봉에 올라서면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질 거예요. 사방으로 펼쳐진 능선 위 운해(구름이 바다처럼 깔려 있는 광경)가 펼쳐지는 장관이 우리를 맞이하죠. 산악인들은 겹겹이 이어진 산 능선이 하나의 검은 선으로 펼쳐진 모습을 '산그리메'라고 불러요. '산의 그림자'라는 옛말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산 능선이 너울처럼 일렁이는 풍경을 말하지요. 운이 좋다면 향적봉에서 가야산, 지리산, 마이산 능선이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마치 신선이 붓으로 하늘에 한 획을 그은 것 같은 오묘한 선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예요.
산에 다녀온 뒤 일상에서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덕유!'라고 읊조려 보세요. 향적봉에서 마주했던 풍경이 떠오르면서, 덕유산처럼 너그러운 마음이 들 거예요.
평소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향적봉에서 중봉(1594m)까지도 다녀와보세요. 대부분의 관광객은 향적봉까지만 다녀가지만, 깊은 장맛 같은 덕유산의 진짜 매력은 중봉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향적봉에서 능선을 따라 30분 정도만 걸으면 도착하지요. 중봉에 서면 '덕유평전'이라고 부르는 철쭉 평원을 볼 수 있어요. 거리에 핀 화려한 철쭉과 달리 이곳 철쭉은 흰빛이 감도는 연분홍색으로 순박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