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매화꽃 핀 것 같은 흰 점박 무늬… 짝짓기철엔 뿔로 '박치기' 결투 벌여요
입력 : 2025.05.08 03:30
| 수정 : 2025.05.08 03:32
꽃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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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제주 한라산 중산간에서 포착된 수컷 꽃사슴. 꽃사슴은 다른 사슴들과 비슷하게 수컷만 뿔이 나고, 1년마다 뿔 전체가 빠지고 새로 돋는 ‘뿔갈이’를 해요. /뉴시스
꽃사슴은 원래 호랑이나 표범처럼 한때 우리나라 전역에 살다가 자취를 감춘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동물이랍니다. 밤색 또는 고동색 몸 색깔에, 몸통에는 흰 점박이 무늬를 가진 꽃사슴은 다른 사슴들과는 다르게 어릴 때 생기는 점박이 무늬가 다 자란 뒤에도 없어지지 않죠. 특히 여름철이 되면 점박이 무늬가 더욱 뚜렷해지는데요. 포식자들이 나무에 꽃이 핀 것으로 혼동하도록 하는 위장색이라고 해요.
꽃사슴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유래됐어요. 흰 점박이 무늬가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핀 것 같다고 해서 중국에서는 '매화록(梅花鹿)'이라고 불렀고, 우리나라 이름도 꽃사슴으로 굳어졌다고 하죠.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사슴을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신비하고 성스러운 존재로 인식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그림에서 십장생(十長生·오래 사는 열 가지)의 하나로 꽃사슴이 등장하죠. 백제 시대를 대표하는 보물인 금동대향로에도 꽃사슴이 새겨져 있고요.
꽃사슴의 야생 서식지는 한반도와 일본, 중국, 대만 등인데요. 꽃사슴도 세부적으로는 열세 종류가 있어요. 이 중에서 잘 알려진 건 일본 꽃사슴이죠. 나라현의 공원에서 사슴들이 자유롭게 거닐면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 꽃사슴은 몸길이는 최대 115㎝, 어깨높이는 최대 90㎝로 꽃사슴 중에서는 아담한 편이랍니다.
우리나라 토종 꽃사슴은 '대륙사슴'이라고도 하는데 몸길이는 최대 155㎝, 어깨높이는 최대 115㎝로 위풍당당한 몸집이에요. 황적색 뿔도 양옆으로 떡 벌어져 있죠. 중국 헤이룽장성, 러시아 극동 지역, 북한 개마고원 등에 살고 있는데 남한에서는 192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춰서 반달가슴곰이나 따오기처럼 야생에 복원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에요.
꽃사슴이 살아가는 방식은 아프리카 사자와 비슷한 면이 있답니다. 힘센 수컷이 암컷 10여 마리를 거느리고 무리를 이루고 살고, 다른 수컷들은 두세 마리씩 모여 살아가면서 호시탐탐 무리를 차지할 기회를 노리죠.
아름다운 생김새 때문에 순한 동물일 것 같지만 꽃사슴은 사실 아주 거칠고 위험한 습성이 있답니다. 특히 짝짓기철이 되면 기존 우두머리 수컷과 도전자 수컷 사이 '결투'가 벌어지는데요. 이때 상대방을 향해 뿔을 겨눈 채 돌진하며 박치기를 하죠. 뿔이 부러지는 등 한쪽이 죽기 직전까지 살벌하게 싸운다고 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두 녀석의 뿔이 서로 꼬여버려 옴짝달싹 못 하고 함께 목숨을 잃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한대요. 이런 투쟁을 통해 힘세고 생존력 강한 꽃사슴의 유전자가 대물림되는 효과가 있대요.
도움말=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정보팀장 박용수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