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시속 320㎞ 회오리, 원자폭탄 수백 배 위력… '토네이도'는 왜 봄에 더 강력해질까

입력 : 2025.05.01 03:53

토네이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사진. 깔때기 모양 구름이 땅까지 이어져 있어요. /위키피디아
미국 오클라호마주에서 발생한 토네이도 사진. 깔때기 모양 구름이 땅까지 이어져 있어요. /위키피디아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도로시'가 강아지 토토와 함께 바람에 휩쓸리면서 모험이 시작되죠. 도로시를 멀리까지 날려 보낸 거대한 힘을 지닌 바람은 바로 '토네이도(tornado)'입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여러 토네이도가 발생해 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가 생기고 있어요. 토네이도는 지면과 접촉한 상태로 격렬하게 회전하는 공기 기둥이에요. 차량을 멀리 날려버리고 건물도 부술 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어요. 토네이도는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토네이도가 생기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요. 하나는 공기의 회전, 또 하나는 강하게 위로 솟구치는 상승기류입니다. 미국에선 성질이 다른 공기들이 한곳에 모이는 일이 자주 일어나요. 남쪽에선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올라오고, 북쪽에선 차갑고 무거운 공기가 내려오죠. 거기에 서쪽 로키산맥 쪽에선 건조한 공기가 흘러와 합쳐집니다.

이런 공기들이 넓은 평지에서 부딪치면 바람의 방향과 속도 차이로 인해 공기가 회전하기 시작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공기 기둥'은 마치 평지를 구르는 롤매트처럼 회전합니다. 이때 강한 상승기류가 공기 기둥을 위로 끌어올리면서 뭉게뭉게 구름이 생기고, 그 아래쪽에 깔때기처럼 생긴 구름이 지면까지 닿으면서 토네이도가 발생해요.

토네이도는 때때로 낙뢰나 우박, 홍수 등을 동반하지만 가장 큰 피해는 바람에 날리는 파편이나 강풍 그 자체에 의해 발생합니다. 가장 강한 등급의 토네이도는 중심부의 최고 풍속이 시속 32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런 토네이도가 발생하면 소멸할 때까지 생기는 에너지가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최대 수백 배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왔답니다. 차를 타고 토네이도를 쫓아다니며 관찰하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을 폭풍 추적자(Storm Chaser)라고 합니다.

토네이도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4~6월에 가장 많이 발생해요. 최근 토네이도 피해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랍니다. 이 시기엔 태양이 높이 떠 있어 햇볕이 지면에 수직으로 내리쬐기 때문에 지면 부근 기온이 빠르게 올라요. 이 때문에 땅 근처 공기는 더워지고 습기도 많아집니다. 그런데 하늘의 상층에선 여전히 차가운 공기가 주기적으로 지나가죠. 덥고 습한 아래쪽 공기와 차가운 위쪽 공기가 겹쳐지면서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기 쉬운 거예요. 실제로 가장 강한 등급의 토네이도 대부분이 이 시기에 발생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토네이도가 생길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토네이도를 '용오름'이라고 불러요. 용오름은 아주 드물게 육지에서 나타나긴 하지만 대부분 바다나 호수 같은 물 위에서 발생해요. 우리나라에 산과 언덕이 많기 때문이에요. 지형이 복잡하면 바람이 한 방향으로 쭉 흐르기 어려워서 회오리가 잘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기상청이 직접 관측한 용오름은 지금까지 총 9건이에요. 그중 8건이 울릉도, 1건은 제주 서귀포에서 관측됐습니다.
장동언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