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짧은 다리와 통통한 몸집… 깊은 바다 누비는 돼지 있대요
입력 : 2025.04.30 03:30
바다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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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같이 몸이 통통하고 다리가 짧은 ‘바다돼지’예요. 생물학적으론 해삼·불가사리와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답니다. /AAD(Pete Harmsen)
바다돼지는 수심 1200~4800m의 아주 깊은 바다에 살고 있어요. 이런 곳에 사는 심해 생물들은 몸 구조가 엄청난 수압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답니다. 다 자란 바다돼지의 몸길이는 최장 15㎝ 정도인데 먹성만큼은 돼지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답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심해는 바다 생물들의 무덤이기도 해요. 물고기나 고래 등의 사체와 시든 해조류 등이 가라앉아 이곳까지 내려오죠. 이게 바다돼지의 주식이에요. 특히 고래처럼 거대한 동물의 사체가 내려오면 수백 마리의 바다돼지가 몰려들어 함께 식사를 한답니다.
식성을 빼면 바다돼지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어요. 그래서 이 동물의 생태를 짐작하려면 친척뻘 동물을 봐야 해요. 분류학상으로 바다돼지랑 가장 가까운 동물이 바로 수산물 해삼이랍니다. 불가사리와 성게랑도 가깝고요. 몸이 가시로 덮였다고 해서 이 동물들을 통틀어 극피(棘皮)동물이라고 해요. 모든 극피동물은 바다에서 살아요. 5억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한 이들은 몸 구조도 단순하고 원시적이랍니다.
극피동물은 통상 물고기나 오징어·새우 등 바다 동물이 갖고 있는 눈이 없어요. 그 대신 몸속 특정 기관을 통해 빛과 어둠을 구분하죠. 기관의 위치는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입과 항문은 있지만 몸속 장기들은 하나의 기다란 호스처럼 단순화돼 있어요. 이런 생김새 때문에 암수 구분조차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번식하는 방법은 물고기와 비슷합니다. 암컷이 배출한 알과 수컷이 뿜어내는 정자가 만나 물속에서 수정이 이뤄지죠.
여기서 아주 작은 새끼가 태어나 플랑크톤처럼 바다를 떠다니며 어른으로 성장하죠. 대부분 극피동물은 부모 보살핌 없이 혼자서 살아가야 해요. 바다돼지도 이런 방식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바다돼지는 다른 생물에게 도움을 주기도 해요. 바다돼지의 다리 아래나 등 위에 올라가 있는 어린 킹크랩들의 모습이 여러 차례 카메라에 담겼는데요. 과학자들은 바다돼지의 피부가 독성 물질로 덮여 있어 이 독에 취약한 특정 포식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새끼 게들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요. 종류가 다른 두 동물이 서로 협력해서 이득을 얻는 것을 공생(共生)이라고 하는데요. 과학자들은 바다돼지가 새끼 게를 보호하는 대가로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두 동물의 관계가 공생이 맞는지를 추가로 연구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