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밝은 피부 고귀하게 여긴 고대 이집트… 천연 재료 이용해 자외선 차단했대요

입력 : 2025.04.29 03:30

선크림

오늘날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선크림 제품. 초기 자외선 차단제 제품은 요즘 제품과 달리 끈적하고 기름져 사용감이 좋지 못했대요. /조선일보DB
오늘날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선크림 제품. 초기 자외선 차단제 제품은 요즘 제품과 달리 끈적하고 기름져 사용감이 좋지 못했대요. /조선일보DB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에선 일부 품목에 대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요.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면 여러 생활용품 가격이 상승할 것을 대비해 미리 물건을 사놓는 거예요. 사재기 물품엔 한국산 선크림도 포함된다고 해요. 한국 선크림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미용 효과도 좋아서 미국에서도 인기라고 합니다. 오늘날 생활필수품인 선크림은 언제부터 사용됐을까요? 오늘은 인류가 과거 어떤 방식으로 햇빛을 막아왔는지 알아볼게요.

대부분의 문명에서는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의복이나 모자 등을 이용했어요. 팔다리를 가려주는 긴 옷이나 챙이 넓은 모자, 양산 등을 이용해서 햇빛을 가렸죠.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천연 재료를 이용해 피부를 보호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재스민과 쌀겨의 추출물로 천연 피부 보호 오일을 만들었어요. 이집트인들은 밝은 피부를 고귀함의 상징으로 여겨서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마손조아니'라는 나무의 껍질을 갈아서 얼굴에 팩처럼 발랐고, 미얀마에서는 타나카 나무 추출물을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태양열 때문에 피부가 탄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801년 독일 화학자 요한 리터가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자외선'을 발견하면서 자외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죠. 자외선이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방법을 모색했죠. 1920~30년대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이 발명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1940년대에 들어선 자외선 차단 물질이 포함된 화장품이 대중화됩니다.

선크림은 제2차 세계대전과도 관련이 있어요. 1941년 일본이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며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어요.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육상 전투는 남태평양의 열대 지역에서 주로 벌어졌어요. 이 지역들은 자외선 강도가 매우 높아 병사들이 쉽게 일광 화상을 입었습니다. 따라서 병력 손실 방지를 위해 피부 보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이때 미군은 자외선 차단제를 지급했어요. 이 약품은 '레드 벳 펫(Red Vet Pet)'이라고 불렸는데, '붉은색 수의학용 바셀린(red veterinary petroleum)'을 줄인 말이에요. 가격이 저렴한 동물 치료용 제품을 급히 보급한 거예요.

이 제품은 기름지고 끈적이는 게 단점이었지만, 병사들의 피부를 보호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엔 미군 출신 약사 벤저민 그린이 코코아 버터와 코코넛 오일 등을 섞은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었어요. 이 제품은 '코퍼톤'이라는 브랜드로 민간에 출시됐고, 이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선크림의 원형이 됐습니다.

김현철 서울 영동고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