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中 서부가 원산인 장미과 나무… 양귀비는 자신을 이 꽃에 비유했대요

입력 : 2025.04.28 03:30

서부해당

서부해당은 벚꽃보다 진한 분홍색을 띠고 있어요. 벚꽃이 떨어지는 4~5월이면 화사한 분홍색 꽃이 나무를 뒤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피죠. /김민철 기자
서부해당은 벚꽃보다 진한 분홍색을 띠고 있어요. 벚꽃이 떨어지는 4~5월이면 화사한 분홍색 꽃이 나무를 뒤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피죠. /김민철 기자
요즘 길을 가다 분홍색 대형 풍선처럼 꽃이 활짝 핀 나무가 있으면 서부해당이 아닌가 살펴보세요. 서부해당은 화사한 분홍색 꽃이 온 나무를 덮을 정도로 풍성하게 피어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나무입니다.

서부해당은 중국 원산의 장미과 나무인데, 꽃이 예뻐서 우리나라 전국 화단과 공원에 심어 가꾸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서부'는 중국 중서부 내륙에서 주로 자란다고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또 '해당(海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해당화를 떠올리지만 중국에서는 야생 사과 종류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서부해당은 꽃이 참 곱습니다. 꽃봉오리는 진한 붉은색이지만 피면서 연한 분홍색으로 변합니다. 다 피면 복사꽃보다는 조금 연하고 벚꽃보다는 진한 분홍색을 띠는데 이 꽃이 만개하면 정말 화사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나무 꽃이 중국 고전에서 여성의 아름다움, 애틋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양귀비가 술이 덜 깬 자신을 해당화에 비유했다는 고사에 나오는 해당화가 서부해당이라고 합니다.

4~5월 잎과 함께 꽃이 피는데, 가지 끝에 4~8개가 모여 달립니다. 꽃잎은 5장이지만 겹꽃으로 피는 것도 있습니다. 벚꽃이 막 지고 겹벚꽃이 필 때 서부해당 꽃도 함께 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서부해당은 학명이 'Malus halliana'여서 '할리아나꽃사과'라고도 합니다. 또 긴 자주색 꽃자루가 아래로 실처럼 늘어지는 모양 때문에 '수사(垂絲·늘어진 실이라는 뜻)해당'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꽃자루가 2~4㎝로 긴 편입니다. 하지만 서부해당과 수사해당은 다른 나무라는 주장도 있는 등 이름이 아직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서부해당과 비슷하게 생긴 나무가 몇 개 더 있습니다. 꽃사과,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 등이 있는데 모두 사과나무속(Malus)입니다.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는 꽃자루가 2~4㎝로 긴 것은 서부해당과 닮았지만, 꽃이 연분홍색으로 피었다가 흰색으로 변하는 점이 다릅니다. 꽃의 생김새가 거의 비슷한 아그배나무와 야광나무는 잎을 보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부 잎이 갈라져 있으면 아그배나무, 갈라져 있는 잎이 없으면 야광나무입니다.

아그배나무라는 이름은 작은 열매가 열리는 배나무 비슷한 나무라는 뜻의 '아기배나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름에 '배'가 들어갔지만 사과나무에 더 가까운 나무입니다. 야광나무는 강원도를 비롯한 백두대간에서 주로 볼 수 있습니다. 요즘엔 야광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놓은 곳도 있습니다.

도심 화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꽃사과도 서부해당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서부해당처럼 꽃이 아름다워 전국에서 관상수로 심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꽃은 물론 잎도 사과나무와 아주 비슷하지만 가을에 열리는 열매가 작고 열매 끝에 꽃받침 자국이 남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