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승용차와 커피 브랜드 이름? 클래식 기악·성악곡 의미하죠
입력 : 2025.04.28 03:30
소나타·칸타타
-
- ▲ 작곡가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32곡,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첼로 소나타 5곡을 작곡했어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불립니다. /본 베토벤 하우스
소나타와 사운드는 같은 어원
소나타의 어원에는 '소리를 내다'라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영어의 '사운드(sound)'와 같은 뜻이지요. 영시(英詩)의 '소네트(sonnet)', 음악의 '불협화음(dissonance)'과 '제창(unison)'도 모두 같은 어원을 공유하는 단어들입니다. 그 뿌리에는 모두 '소리'가 숨어 있는 셈입니다.
클래식 음악에서 소나타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바흐와 헨델, 코렐리 같은 작곡가들이 활동했던 17~18세기 바로크 시대입니다. 궁정이나 교회에서 연주하는 기악곡이라는 의미였지요.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인 도메니코 스카를라티는 건반 악기를 위한 소나타를 무려 555곡이나 쓰기도 했습니다. 바흐와 헨델, 스카를라티는 모두 1685년에 태어난 동갑내기 작곡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그 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고전파 시대에 이르러 소나타는 기악곡을 대표하는 형식이자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
소나타는 장르와 형식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빠르고 느리고 다시 빠른 3~4악장 형식의 기악곡을 소나타라고 부릅니다. 피아노 홀로 연주하는 기악곡은 피아노 소나타,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면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와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면 첼로 소나타가 되지요. 특히 '악성(樂聖)'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32곡,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첼로 소나타 5곡을 남겼지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14번 '월광', 23번 '열정',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 9번 '크로이처' 등이 대표적입니다.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서 20세기 현대음악 작곡가들도 피아노 소나타와 바이올린 소나타, 첼로 소나타를 즐겨 썼지요.
소나타는 곡명인 동시에 형식
소나타는 동시에 악장을 구성하는 형식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흔히 '운명'으로 불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첫 악장에서 '빰빰빰빠'로 시작하는 주제를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는 의미에서 '운명의 주제'라고 부릅니다. 이런 음악적 주제들을 먼저 '제시'한 뒤 중간에 '발전'시키고 마지막에 '재현'하면서 하나의 악장을 마치는 방식을 소나타 형식이라고 부릅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의 고전파 시대에 이르면 교향곡과 협주곡, 현악 4중주 등 수많은 기악곡의 첫 악장에서 소나타 형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났지요. 소나타는 미시적으로 보면 하나의 악장을 구성하는 원리이고, 거시적으로 보면 피아노 소나타처럼 전체 곡명을 일컫는 말이 된 것입니다.
칸타타 200여 곡을 남긴 바흐
반대로 칸타타는 성악곡을 부르는 말입니다. 일요일이나 종교적 축일마다 교회 예배 시간에 부르는 성악곡은 '교회 칸타타', 종교적 의미와는 관계없이 결혼 같은 일상을 노래한 성악곡은 '세속 칸타타'라고 부릅니다. '교회 칸타타'와 '세속 칸타타'에서 가장 큰 자취를 남긴 작곡가는 역시 '음악의 아버지' 바흐입니다. 바흐는 20대 초반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재직할 때부터 칸타타를 쓰기 시작했고, 특히 1723년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 감독으로 부임한 직후에는 매주 일요일과 축일마다 칸타타를 작곡했지요. 지금도 200여 곡의 칸타타가 남아 있습니다. 하버드대 명예교수인 독일 음악학자 크리스토프 볼프는 "바흐가 음악 감독 임무를 시작한 처음 몇 해 동안 칸타타를 작곡한 건 고도의 집중력과 절제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엄청난 도전"이라고 평가했지요.
바흐의 칸타타는 신에 대한 독실한 신앙심을 담은 '교회 칸타타'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바흐는 자필 악보에 '오로지 신께 영광(Soli Deo Gloria)'이라는 의미에서 'S.D.G.'라는 약자(略字)를 적어 놓기도 했지요.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동시에 교회 음악 감독이었던 바흐의 작품 세계에서도 칸타타는 핵심적인 장르로 꼽힙니다. 특히 바흐 서거 250주기이자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렸던 지난 2000년에는 지구 방방곡곡에서 바흐의 칸타타를 연주했지요.
'커피 칸타타'에선 커피의 맛 예찬하기도
동시에 바흐는 종교 칸타타 외에도 '커피 칸타타'와 '농민 칸타타' 같은 다양한 세속 칸타타도 남겼어요. 그중 커피를 금지하는 아버지와 "커피는 어쩌면 그렇게 맛있을까"라고 반항하는 딸의 실랑이를 희극적으로 묘사한 '커피 칸타타'에서는 바흐의 빼어난 유머 감각도 엿볼 수 있지요. 당시 유럽에서 커피를 즐기는 카페가 급속하게 확산됐던 풍조를 반영한 곡입니다. 오늘날 커피 이름을 '칸타타'로 붙인 것도 아마도 이 곡에 착안했겠지요.
이처럼 칸타타와 소나타는 노래하고 연주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에는 클래식 음악의 '척추'와도 같은 장르로 굳어졌습니다. 아울러 바흐가 두 분야에서 모두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을 보면 역시 '음악의 아버지'라는 걸 깨달을 수 있지요.
-
- ▲ '음악의 아버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칸타타 200여 곡을 작곡했어요. /위키피디아
-
- ▲ 지금까지 전해지는 바흐의 칸타타 악보예요. 바흐는 때로 자필 악보에 '오로지 신께 영광'이라는 뜻의 약자 'S.D.G.'를 적어 놓았어요. /위키피디아
-
- ▲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사진)는 동료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등과 함께 18년에 걸쳐 바흐의 '종교 칸타타' 전곡을 녹음했어요. /소니 클래시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