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고사성어] 봄 맞아 일제히 피는 꽃처럼… 저마다의 정치 철학 주장했대요
입력 : 2025.04.22 03:30
'백화제방'과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들은 유권자를 향해서 갖가지 공약과 정책을 쏟아냅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런 모습은 고대 중국 춘추시대와 전국시대 사상가들이 각자의 사상과 철학을 주장했던 백가쟁명(百家爭鳴)과 비슷하지요. 많은 사람[百家]이 앞다투어[爭] 자기 학설이나 사상을 발표하고 토론한다[鳴]는 말입니다. 꽃들이 활짝 피어나듯 다양한 사상을 꽃피웠다는 뜻에서, 백가쟁명은 흔히 백화제방과 같이 쓰입니다.
춘추전국시대는 대혼란의 시기였습니다. 춘추시대 초기에는 170국이 있었는데 수많은 전쟁을 거쳐서 전국시대 말기가 되면 7국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7국 중 진(秦)나라가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지요.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시대, 각국의 왕들은 나라를 잘 다스려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어요. 이에 사상가들은 저마다의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공자와 맹자의 유가(儒家)는 인의(仁義·어짊과 의로움)를 강조했고, 노자와 장자의 도가(道家)는 무위(無爲·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음)와 자연(自然)을 주장했고, 한비자의 법가(法家)는 강력한 법치주의를 내세웠습니다. 제자(諸子·여러 학자)와 백가(百家·여러 학파)가 활발하게 자신의 견해를 펼쳤기에, 이들을 제자백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와 사회는 혼란했지만 역설적으로 사상과 철학은 전성기를 맞이했죠.
제자는 자신의 사상이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바로 유세(遊說)를 통해서였죠. '유세'는 자신을 정치에 기용해줄 왕들을 찾아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세의 성패가 곧 사상의 성패는 아니었습니다. 공자는 14년 동안 여러 나라와 왕을 찾아다녔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반면 한비자의 사상은 진나라 왕에게 채택되어 법치주의가 실현됐죠. 하지만 공자의 유가는 결국 약 2000년 동안 중국을 지배하는 사상이 되었고, 진나라는 진시황이 죽고 얼마 가지 못해 멸망했습니다.
백가쟁명 시대의 유세 대상은 왕 또는 귀족이라는 극소수의 특정인이었다면, 오늘날 유세 대상은 다수의 국민입니다. 제자백가들이 자신의 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처럼, 오늘날 후보들은 국민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서 온 힘을 쏟지요. '백화제방'의 계절, 현대판 '백가쟁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