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전파에 담아 우주로 보낸 K팝, 외계인이 들을 수 있을까요
입력 : 2025.04.22 03:30
SETI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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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유재일
다소 엉뚱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인류는 꽤 오래전부터 지구 밖 외계 생명체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또 그들로부터 신호를 받으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답니다. 1960년대 미국 과학자들이 처음 시작한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에요. SETI는 먼 우주에 지구의 존재를 알리고, 또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듣는 게 목표지요.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최초로 SETI에 참여한 사례예요. 오늘은 인류가 외계 생명체와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소리를 전파로 바꿔 우주로 보내요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가 평소 스마트폰이나 스피커로 노래를 듣는 것처럼 우주를 향해 음악을 재생시킨 걸까요? 그렇지 않아요. 외계 생명체가 들을 수 있으려면 노래를 '전파'로 바꿔 보내야 합니다.
먼저 우리가 어떻게 소리를 듣는지 설명해볼게요. 우리가 귀로 듣는 소리(음파)는 공기를 통해 퍼집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말을 하면 성대가 떨리면서 공기를 진동시켜요. 이 진동은 듣는 사람의 귓속 고막을 흔들어 전기신호로 바뀌고, 그걸 뇌가 소리로 인식하죠. 그런데 우주에는 진동을 전달해 줄 공기가 없으니 소리도 전달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전파는 '전자기파'의 일종이라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도 전달될 수 있죠. 전자기파에는 빛, 전파, 자외선, 엑스선 등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전파는 이 중에서 가장 파장이 깁니다.
소리를 전파로 전달하려면 마이크 같은 장비를 이용해야 합니다. 마이크는 소리의 진동을 감지하고, 소리의 크기, 박자, 높낮이 같은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주지요.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신호는 전파에 실려야 멀리까지 보낼 수 있어요. 이때 사용하는 기술이 바로 '변조'인데, 전기신호를 전파라는 운반 수단에 실어 보내는 거예요. 라디오나 TV, 휴대전화, 위성통신 등도 모두 이 원리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받은 전파는 다시 전기신호로 바꾸어 스피커 등의 장치를 통해 원래의 소리로 복원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변조를 마친 전파는 안테나를 통해 우주로 송출됩니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선 지상에서 우주로 직접 전파를 쏘지 않고, 2023년 누리호에 실려 발사된 '차세대 소형 위성 2호'에 송출 임무를 맡겼어요. 이 위성은 지표면에서 약 550㎞ 떨어진 저궤도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대전에 있는 우주연구원 안테나에서 위성으로 전파를 먼저 보내고, 위성은 그 신호를 받아 먼 우주를 향해 송신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굳이 위성을 거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구는 우주로 전파를 정확하게 송출하기에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하기 때문에 지상에서 특정 방향으로 전파를 일정하게 조준하기가 어려워요. 게다가 지구엔 수많은 전파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우주로 보내는 신호와 간섭을 일으킬 수 있지요. 또한 날씨에 따라 전파가 왜곡될 수도 있고요.
이렇게 보내진 전파는 빛의 속도(초속 30만㎞)로 우주 공간을 뻗어나갑니다. 특별한 장애물만 없다면 이론적으로 무한히 나아갈 수 있지요. 이번에 송출된 지드래곤의 음악도 먼 우주를 향해 날아가다가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지적 생명체에 닿을 수 있는 거죠.
외계 문명체와 소통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SETI 프로젝트 등을 통해 지구의 신호를 여러 차례 우주로 보냈어요. 1977년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는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황금 레코드'를 싣고 우주로 갔어요. 지름이 약 30㎝인 황금 레코드엔 지구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파도, 바람, 번개 등 자연의 소리, 다양한 언어로 녹음된 인사말과 음악 등이 담겨 있었죠. 보이저 1호는 계속 우주에 머물면서 1990년에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불리는 지구 사진을 촬영해 보내오기도 했어요. 2008년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음악을 우주로 송출한 적도 있어요.
반대로 외계 생명체가 우리에게 보냈을지도 모를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어요. 이때 사용하는 주요 도구가 바로 전파망원경입니다. 전파망원경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파를 감지하는 장치예요. 우주에 있는 천체는 전파나 자외선, 적외선 같은 다양한 전자기파 신호를 내보내요. 이런 신호는 각기 고유한 주파수(진동수)를 갖고 있죠. 과학자들은 이 성질을 활용해 주파수 대역을 달리해가며 다양한 천체를 관측해요.
예를 들어 전파망원경은 자기가 관측한 방향에서 감지된 주파수를 분석해 어떤 천체가 그 신호를 냈는지, 그 천체의 위치는 어디인지 등을 유추할 수 있어요.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종합할수록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죠.
특히 SETI 프로젝트는 자연 현상으로는 생기기 어려운 '인공적인' 신호 패턴에 주목하고 있어요. 마치 '모스 부호'처럼 규칙적인 간격으로 반복되는 전파는 어쩌면 외계 문명체가 우리에게 보낸 신호일지도 모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