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등산 코스 중 하나… 한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해요
입력 : 2025.04.21 04:32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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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라산 백록담에는 눈이 녹거나 비가 올 때 물이 고이지만 이 물은 지하수로 흘러가버려요. 그래서 물이 적거나 거의 없는 날도 많아요. /뉴시스
제주도가 관광지로 유명하다 보니 한라산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등산로는 완만하지만, 오르막이 5시간 동안 계속되고 갈수록 가팔라진다면 어떨까요? 숱하게 많은 등산 초보자가 "다시는 산에 오나 봐라"라는 후회 섞인 말을 내뱉는 곳이 한라산입니다. 방심은 금물. 한라산에 갈 땐 운동화가 아닌 단단한 등산화를 신어야 합니다.
한라산은 높이 1947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지난 100여 년간 한라산 높이는 1950m로 알려져 있었지만, 2008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정밀 측정해 1947m로 정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산악인들 중엔 여전히 '한라산 일구오공'을 주문처럼 외우며 '한라산 실제 높이'라며 고집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남한 최고봉 높이가 낮아지는 게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라산에서 탐방로로 사람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점은 1929m입니다.
한라산은 그 이름에 이미 '높은 산'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한나라 한(漢)' 자엔 '은하수'라는 의미도 있는데요. 여기에 '붙잡을 나(拏)' 자를 써서 '은하수를 만질 수 있을 만큼 높은 산'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산에 얽힌 설화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백록담 관련 이야기입니다.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거인 '설문대할망'은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나르며 한라산을 만든 뒤 이곳에 앉아 빨래를 했습니다. 그런데 한라산 끝이 뾰족해 불편하니 한라산 꼭대기를 뜯어 던졌다고 해요. 산을 뜯은 곳엔 백록담이 생겼고, 던진 부분은 제주도 산방산(395m)이 됐다고 합니다. 백록담이란 이름은 흰 사슴(백록·白鹿)이 떼를 지어 이곳에서 놀며 물을 마셨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지요.
백록담을 가려면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인데요. 성판악에서 시작하는 코스는 비교적 완만합니다. 이 때문에 초보자들은 이곳으로 올라와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는 코스를 많이 택하지요. 반면 등산 동호인들은 관음사에서 백록담을 거쳐 성판악으로 하산하는 산행을 많이 합니다. 오를 땐 가파른 코스지만 내려갈 때는 경사가 완만하고 내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관음사에서 성판악으로 이어지는 산행길은 약 19km이며, 체력에 따라 8~10시간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가파른 구간에는 덱 계단이 설치돼 있어서 등산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지구력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라산은 예약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한 달 전에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야 하고, 특히 주말 산행 예약은 경쟁이 치열하니 '빠른 클릭'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물은 '겸손'입니다. 하루 20km에 달하는 산행은 무사히 끝내더라도 무릎 관절과 연골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