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GDP만으로 경제를 믿지 마세요… 돌봄·가사노동은 수치에서 빠져
입력 : 2025.04.21 04:32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출판사 부키|가격 2만2000원
장하준 지음|김희정 옮김|출판사 부키|가격 2만2000원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정치, 경제, 국제, 사회, 문화 분야가 있습니다. 그중 경제 분야를 우리 몸에 빗대어 보겠습니다. 경제라는 몸의 혈관에는 자본과 투자, 그리고 생산이라는 혈액이 흐릅니다. 이 흐름이 막히면 몸이 아프듯, 국가 경제 또한 건강할 수 없지요.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가 쓴 이 책은 학문으로서 경제학 강의가 아닙니다. 경제학을 우리가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내서입니다. 영어판 제목이 'The User's Guide'입니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이 책을 차근차근 읽으면 신문에 나오는 경제 관련 기사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많은 경제학 교과서와 다르게 복잡한 수식도 나오지 않습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차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부자 나라는 가난한 나라보다 국내총생산(GDP)의 더 많은 부분을 연구와 개발에 지출합니다. 2010년 기준이기는 합니다만 핀란드는 국내총생산의 3.9%, 우리나라는 3.7%로 OECD 국가 최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첨단 산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계속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하겠지요.
경제학은 각종 통계 수치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총생산(GNP) 같은 수치가 있지요. 그런데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고 합니다. 음식 조리·청소·육아 및 노약자 돌봄 같은 노동은 여기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가사 노동 대부분을 여성이 맡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은 엄청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연구가 가사 노동의 가치는 국내총생산의 30% 정도로 추정합니다.
세계은행의 2010년 집계에 따르면 각국 국내총생산을 모두 합한 세계 GDP 가운데 상위 5국(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요컨대 세계의 생산량 대부분은 소수의 몇 개 나라에서 나옵니다. 1인당 GDP가 1005달러 이하인 저소득 35국은 GDP를 다 합쳐도 세계 경제의 0.66%에 그칩니다. 그야말로 세계는 여러 요인으로 불평등한 것이지요. 참고로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왜 경제학 지식을 갖춰야 하는지도 설명합니다. 저자가 말합니다. "경제 문제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 문제를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 책임 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즈음엔 실제 세상에서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