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개미가 일렬로 움직이면 비가 오고, 흩어지면 맑은 날… 왜 그럴까요?
입력 : 2025.04.17 03:30
'기상예보관' 개미
-
- ▲ /일러스트=이철원
고사성어 중엔 '의봉혈우(蟻封穴雨)'란 말이 있습니다. '개미 의(蟻)''봉할 봉(封)''구멍 혈(穴)''비 우(雨)'자를 쓰는데, 비가 올 것 같으면 개미가 입구를 막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왜 개미는 비가 오려고 하면 구멍을 막을까요? 땅속에서 생활하는 개미는 날씨 변화에 민감한 곤충으로, 특히 습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질이 있는데요. 비가 오기 전엔 기압골의 영향으로 공기 중 습도가 증가하게 되지요. 공기가 이미 수증기를 많이 머금고 있으면, 땅에서 증발하는 수분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 토양 속 수분이 일시적으로 증가하게 되지요. 개미는 이처럼 지하 환경의 작은 변화를 감지해 비가 올 것을 미리 알아차린답니다.
개미는 두 가지 방식으로 비에 대비해요. 먼저 흙으로 땅굴 입구를 막아 빗물이 내부로 흘러들지 못하게 합니다. 비가 오기 전엔 수많은 개미가 흙을 입에 물고 와서 틈을 메우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또한 개미들은 고지대에 있는 풀밭이나 나뭇잎 밑처럼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에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미들이 무리지어 붙어 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얘기가 있어요. "개미가 일렬로 이동하면 비가 내리고, 사방으로 흩어지면 날씨가 좋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단순한 속설처럼 보이지만, 개미의 행동과 기상 변화 사이 관계를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개미는 먹이를 찾거나 자신의 땅굴로 돌아갈 때, 페로몬(pheromone)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합니다. 한 개미가 페로몬을 남기면 다른 개미들도 그걸 따라가기 때문에 일렬로 행진하는 모습이 나타나지요. 그런데 이 페로몬은 휘발성이 강한 물질이기 때문에 공기 중에서 금세 증발해 사라져요. 특히 날씨가 맑고 건조할 때는 페로몬의 증발 속도가 빨라 뒤따르는 개미들이 경로를 잃고 사방으로 흩어져 버리는 것이죠.
반면 비가 오기 전 공기 중 습도가 높아지면 페로몬의 휘발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 결과 개미가 남긴 페로몬이 더 오래 유지되고 많은 개미가 일렬로 질서 있게 이동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