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식물 실험의 모델… 꽃피는 시기·돌연변이 등 식물 지식 대부분 알려준대요
입력 : 2025.04.14 03:30
애기장대
-
- ▲ 애기장대는 길이 30㎝ 정도에 꽃이 좁쌀만큼 작아 쉽게 지나칠 수 있어요. /남명자ⓒ
그런데 식물 강연을 듣거나 식물 관련 글을 보면 애기장대 이름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이 식물이 식물 과학에서 대표적인 모델 식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동물학자들이 연구에서 초파리, 쥐, 영장류 같은 모델 동물을 쓰듯이 식물학자들은 애기장대를 모델 식물로 쓰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애기장대와 돌연변이 애기장대를 비교해 어떤 유전자가 있고 없을 때 식물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식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식물이 잘 자라는지 알아본 실험도 애기장대를 갖고 했다고 합니다.
애기장대는 뿌리잎이 10개 정도 로제트형으로 모여난 다음 긴 꽃대를 올려 작은 흰 꽃을 피웁니다. 로제트는 잎들이 꽃처럼 둥글게 퍼져 있는 모습을 말합니다. 그 모습이 아래쪽은 꽃다지 같고 위쪽은 냉이 같습니다. 다만 열매 모양이 냉이는 삼각형이지만 애기장대는 선형(線形)입니다. 주로 꽃다지, 냉이와 어울려 살기 때문에 잘 살펴보면 아파트 화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북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자란다고 합니다.
이렇게 평범한 애기장대가 왜 식물 실험의 모델 식물이 됐을까요. 우선 애기장대는 발아해 씨가 맺힐 때까지의 '1세대' 기간이 6주로 짧습니다. 빨리 자라고 빨리 꽃이 피는 것이죠. 또 유전체(genome) 크기가 작고 식물체가 소형으로 배양이 용이해 실험 재료로 적합하다고 합니다. 애기장대의 유전자 총수는 2만7000개인데 2000년에 이미 전체 유전체 분석을 완료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유전자 조작도 쉬운 장점까지 있다고 합니다.
이런 다양한 장점 때문에 유전학, 생리학, 발생학 등 식물학의 여러 분야에서 애기장대로 연구를 합니다. 그래서 식물학자들의 발표를 듣다 보면 "애기장대로 실험을 했더니…"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애기장대로 실험했더니 22도에서 발아율이 가장 높았고 그 이상 올라가면 떨어졌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애기장대 잎에 센서를 달아 외부의 공격이나 특정 약물을 투입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는 식물의 개화와 성장 메커니즘, 돌연변이, 호르몬에 관한 지식은 대부분 애기장대가 알려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애기장대가 식물 실험의 표준이다 보니 미국에 전 세계 식물 연구자들에게 표준 애기장대를 공급하고 애기장대로 한 연구에 관한 데이터를 모아 놓은 센터(ABRC)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 센터에 등록된 애기장대 연구 논문만 97만5000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애기장대가 인류에게 식물의 비밀을 아낌없이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