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어원 같은 영단어 '돈'과 '괴물'… 라틴어 '경고하다'에서 비롯됐죠
입력 : 2025.04.10 03:30
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마크 포사이스 지음|홍한결 옮김|출판사 월북|가격 1만6800원
마크 포사이스 지음|홍한결 옮김|출판사 월북|가격 1만6800원
1996년 미국의 엔지니어 짐 카다크는 기계와 컴퓨터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었습니다. 역사 관련 소설 읽기가 취미였던 그는 그 무렵 '푸른 이빨'이라는 별명을 가진 바이킹 하랄 1세를 다룬 작품에 빠져 있었어요. 하랄 1세는 노르웨이 최초의 통일 왕국을 세운 실존 인물이었죠. 그는 서로 다른 기계 장치를 연결하려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바이킹 세계를 통합한 하랄 1세의 업적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곤 자신이 개발하는 기술의 이름을 '블루투스(bluetooth·푸른 이빨)'라고 지었어요. 오늘날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해준 기술 이름의 유래엔 역사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지요.
이처럼 단어는 저마다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영국 출신인 저자는 바로 이 '어원'에 숨겨진 이야기를 파헤칩니다. '블루투스'처럼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단어가 있는가 하면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돈(money)과 괴물(monster)의 어원이 같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둘 다 라틴어 '경고하다(monere)'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요. 지나치게 돈을 좇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생각해 보면 단어의 기원이 절묘하다는 느낌이 들지요. 하늘을 뜻하는 영단어 'sky'는 원래는 구름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해요. 대부분 궂은 날씨가 이어지는 영국에선 처음 단어를 만들 때 하늘과 구름을 구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단어들 사이에도 숨은 고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령 짝짓기를 뜻하는 영단어 '메이팅(mating)'은 원래 '음식(meat)을 나눠 가진다'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죠.
저자는 "어원을 알면 언어 감각이 자란다"고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 '카페(cafe)'가 원기를 회복해주는 음료를 뜻하는 아랍어 '카흐와(qahwa)'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일상 속에서 커피 한 잔이 더 간절해지죠.
이 책을 읽으며 우리말의 어원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을'은 그저 자연스럽게 계절의 이름이 된 줄 알았지만 원래 '수확'을 의미하는 말이고, '사람'이라는 말은 '살아 있음'이라는 뜻에서 유래해 탄생한 낱말이죠.
어원을 안다는 것은, 늘 쓰는 말의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일상을 되돌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이 책을 "신비롭고 유쾌한 교양서"라고 극찬했습니다. 이 책에 푹 빠져들어 한달음에 읽어낸 제 모습을 보면서 꼭 맞는 서평이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