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노랫말에서 가장 인기있는 계절은 '봄'… 제목은 '너를 향한 사랑 고백' 가장 많아

입력 : 2025.04.07 03:30 | 수정 : 2025.04.07 03:41
[재밌다, 이 책!] 노랫말에서 가장 인기있는 계절은 '봄'… 제목은 '너를 향한 사랑 고백' 가장 많아
노래의 언어

한성우 지음 l 출판사 어크로스 l 가격 1만6000원

노래는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 곧 노랫말이 중요합니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좋은 노랫말에 감동을 느끼며 노래에 젖어들곤 하지요. 노랫말은 시(詩)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중국 고전 시가집인 '시경(詩經)'은 고대 중국의 유행가를 모아놓은 가사집이기도 합니다. '노래의 언어'는 국어국문학자 한성우 교수(인하대학교)가 1923년부터 2016년까지 나온 우리 노래 2만6000여 곡을 연구한 결과입니다. 여러 가지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노랫말을 분석했습니다.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노랫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계절은 무엇일까요? 바로 봄입니다. 그다음으론 겨울, 여름, 가을 순이고요. 특히 봄은 '봄날' '봄바람' '봄비' '새봄' '봄소식' '봄밤' '봄꽃' 등 무려 1572개의 관련 단어가 노랫말에 나온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반갑게 맞이하는 계절이니 날씨, 풍경, 느낌 등을 붙일 수 있는 말을 다양하게 넣어 노랫말을 만드는 것이지요. 노래 제목에선 겨울, 봄, 여름, 가을 순이었답니다.

노래 제목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사랑입니다. 그다음으로 나, 너, 그대, 사람입니다. 노랫말에서는 '나'가 가장 많고, 너, 것, 사랑, 그대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를 두고 "1인칭이 노랫말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요 대부분이 '2인칭에 대한 1인칭의 사랑 고백'이라는 것이지요. 작사가든 노래 부르는 사람이든 자신의 감정을 넣어 작사하고 부르기 마련이니 많은 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의 노래'가 됩니다.

노랫말은 사회 상황과 정치의 영향을 받기도 했습니다. 송창식이 작사하고 부른 '왜 불러'(1975)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왜 불러 왜 불러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불러 왜 불러." 이 노래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금지곡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유는 '왜 불러'가 반말이어서 건전한 사회 풍토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 청년들이 경찰에 쫓기는 장면에 삽입되었는데,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던 것이지요.

최근 가수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불러 세계적 인기를 모은 '아파트(APT.)' 덕분에 윤수일의 노래 '아파트'(1982)가 주목받기도 했지요. 각지에서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로 도시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주거 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했습니다. '별빛'과 '갈대숲'을 보기 힘든 도시에서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바람 부는 갈대숲을 지나 언제나 나를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너의 아파트"가 숲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국어국문학자가 대중가요 노랫말을 연구한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저자는 말합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우리 곁에 있는 노래. 가락과 장단이 중심인 듯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마지막까지 남는 건 노랫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목은 '유행가에서 길어 올린 우리말의 인문학'입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