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나무 쓰러지는 소리·개미의 '혼인비행'… 숲속의 동식물들도 서로 소통한대요
입력 : 2025.04.03 03:30
| 수정 : 2025.04.03 04:17
숲은 생각한다
에두아르도 콘 지음|차은정 옮김|출판사 사월의책|가격 2만3000원
에두아르도 콘 지음|차은정 옮김|출판사 사월의책|가격 2만3000원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랫동안 우리는 인간만이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고 믿어 왔지요. 그런데 숲도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나뭇잎들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것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이고, 동물들 또한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면요? 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품고 아마존의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책은 재규어로 변신해 가축이나 인간을 습격하는 '재규어 인간'이 존재한다는 기묘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언뜻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지요. 하지만 이 서사는 숲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생물의 눈을 빌려 세상을 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랍니다. 재규어 또한 판단을 합니다. 재규어는 숲속에서 만나는 인간들을 보고 자신과 같은 '포식자'로 볼 수도 있고, 아니면 먹잇감으로 인식할 수도 있지요. 재규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재규어를 마주친 인간의 생사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물 또한 독립적인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책은 숲의 생명체들이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다양한 증거를 제시합니다. 언어가 없는데 무슨 소통이 가능하냐고 반문할 수 있지요. 이에 저자는 "모든 생명체는 기호를 통해 소통한다"고 주장해요. 가령 야자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는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소음에 불과하지만 양털원숭이에게는 특별한 위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나무에서 주로 생활하는 그들의 생활 터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나무를 쓰러뜨릴 정도로 덩치가 큰 포식자가 나타났다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나무 쓰러지는 소리는 특정한 의미를 지닌 하나의 '기호'가 됩니다. 숲속에선 '종을 초월하는 소통'도 일어납니다. 개미의 '혼인 비행'은 개구리나 뱀 같은 동물들에게 우기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기호가 됩니다. 숲 인근의 주민들 또한 사냥개가 내는 소리로 여러 위험 요소를 판단하지요.
숲에서 다양한 소통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자연을 수탈 대상으로만 여기는 인간의 태도에 경종을 울립니다. 저자는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에서 자연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고 여러 생물을 길러내는지 보여줘요. 어쩌면 자연은 인간이 없을 때 더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하지요.
이 책은 저자가 4년간 아마존 숲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내며 관찰한 내용을 쓴 논픽션입니다. 연구 대상은 아마존 숲에 한정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시선은 지구 전체를 향하게 됩니다. 인간과 비인간이 얽혀 사는 거대한 '생태계'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죠. "숲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저자의 외침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