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고난 앞에서도 마땅히 할 일을 하라" 고통 앞에 의연했던 로마 시대 철학자
입력 : 2025.03.18 03:30
엥케이리디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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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세기에 에픽테토스를 상상해 그린 초상화. /위키피디아
에픽테토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의 철학은 어떠한지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사상이 이 책 '엥케이리디온'에 정리돼 있습니다. 아무리 울며 매달렸어도 잔혹한 주인은 고문을 멈추지 않았을 겁니다. 피하지 못한다면 불행에 의연하게 맞서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에픽테토스는 "우주는 신이 연출하는 한 편의 연극이니, 고난 앞에서도 마땅히 할 일을 하라"고 말해요.
우주는 우리에게 황제의 배역을 줄 때도 있고, 노예의 역할을 맡길 때도 있어요. 우리는 주어진 처지에 맞게 최선을 다해 자기 할 일을 하면 됩니다. 그러면 처한 현실이나 결과와 상관없이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어요. 이른바 어떤 정념과 욕망에도 휘둘리지 않는 상태인 아파테이아(apatheia)의 경지에 이른다는 거죠.
병원에 간 어린아이는 주삿바늘의 고통을 어떻게든 피하려 합니다. 그러나 어른은 바늘에 찔리도록 담담하게 팔뚝을 내어주지요. 지혜로운 사람은 삶의 고통을 이렇게 받아들입니다. 아픔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고 이겨낼수록 더 강하고 슬기로운 사람으로 거듭날 테니까요.
에픽테토스에 따르면, 명예와 큰 재산과 권력을 가졌다 해서 행복하리라는 법은 없어요. 부와 권력만으로 성공한 인생이라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내가 저 사람보다 더 부자라고 해서 내가 저 사람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저 사람이 갖고 있는 돈은 재산일 뿐 저 사람 자체가 아니다."
얼마나 좋은 인생을 사는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그가 이룬 업적이나 가진 것과는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여도, 사회적 지위는 고위층이어도 손가락질받는 자가 얼마나 많은지 떠올려 보세요. 어떤 고난 앞에서도 꿋꿋하고 의연한 자세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사람은 존경받을뿐더러, 삶도 맑고 건강하게 이끌어갑니다.
이 책은 에픽테토스의 사상을 그의 제자가 정리한 요약본입니다. 고대 그리스어인 엥케이리디온은 우리말로 '편람(便覽)' 혹은 '핸드북'으로 옮겨지곤 합니다. 분량은 적지만 의미 있는 가르침들을 담은 책이라는 뜻이에요. 옆에 두고 틈틈이 읽으며 마음을 다잡아 보시기 바랍니다. 에픽테토스처럼 강인한 정신을 갖추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