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외국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 일단 단어 1000개부터 외워보세요
입력 : 2025.03.17 03:30
외국어 잘 하는 법
우리는 외국어를 왜 공부할까요? 각자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학문 연구를 위해서, 무역이나 사업 등 비즈니스를 위해서, 해외여행을 위해서 등등 이유가 있겠죠. 취미로 외국어를 배운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즘엔 통역이나 번역을 해주는 앱이나 인공지능 서비스도 나와 외국어로 소통하는 일이 편해지긴 했지만, 스스로 외국어를 익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에는 아무래도 못 미칩니다.
일본의 언어학자 지노 에이이치(19 32~2002)가 쓴 이 책은 외국어 학습에 관한 실용적인 안내서입니다. 또 외국어를 깊이 공부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처음 외국어를 공부할 땐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해요. 하지만 결국 영어, 독일어, 불어, 체코어 등에 두루 능통한 언어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런 저자의 외국어 공부 비법이 궁금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배우고 싶은 외국어를 정한 뒤 그 외국어를 어느 정도 습득할 생각인지 대략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읽기, 쓰기, 말하기를 모두 구사하려면 언어 난이도에 따라 3년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실생활에 큰 필요가 없는 언어를 단순히 교양을 위해 서너 가지 배우는 것은 낭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될 언어를 쓰기나 말하기까지 하려고 하는 것도 노력에 비해 효용이 떨어집니다.
첫 번째 작전은 이렇다고 합니다. 어떤 외국어를 습득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을 때, 우선 그 욕망이 '반드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충동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충동에 따라 일단 무조건 닥치는 대로 단어 1000개를 외워야 한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그 언어를 배우기 위한 입문 허가증 비슷한 것이며 이를 손에 넣으면 언어 공부에 탄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법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국어 학습에 필요한 문법은 언어 구사에 필요한 실용적인 '수단'이라고 합니다. 문법 공부 자체가 목적이 되는 학술적 문법과는 다르다는 것이지요. 문법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겁니다. 완전한 문법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일부 전문가이며 대다수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은 기초적인 문법 지식입니다.
외국어를 대학 입시를 위한 공부 과목으로만 여기기보다는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새로운 경로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저자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시야 또한 넓어진다고요. 체코어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언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그만큼 인간은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