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궁정·살롱서 열린 '작은 클래식'… 악기 2∼13대로 연주하죠

입력 : 2025.03.17 03:30

실내악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맨 오른쪽)은 60여 곡의 현악 4중주를 남긴 '현악 4중주의 아버지'이기도 했어요. /위키피디아
'교향곡의 아버지'로 불리는 하이든(맨 오른쪽)은 60여 곡의 현악 4중주를 남긴 '현악 4중주의 아버지'이기도 했어요. /위키피디아
실내악(室內樂)은 실내에서 연주하는 음악일까요? 질문은 쉽지만 막상 답변은 쉽지 않습니다. 일부 행사용 작품을 제외하면 야외에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내악은 영어 '체임버 뮤직(chamber music)'을 옮긴 말입니다. '체임버'가 실내나 방을 뜻하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실내란 어디를 뜻할까요? 최대 100여 명에 이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는 대형 콘서트홀이 아니라 왕실 궁정이나 귀족 저택, 음악 애호가들의 살롱처럼 상대적으로 작고 아늑한 공간을 의미합니다. 음악적으로 실내악은 홀로 연주하는 독주곡보다는 크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교향곡·협주곡 같은 관현악보다는 작은 편성을 일컫는 말입니다. 실내악의 비밀은 바로 '숫자'에 숨어 있습니다.

이중주인 '듀오'부터 실내악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처럼 홀로 연주하는 독주곡은 '솔로(solo)'라고 합니다. 피아니스트가 혼자서 연주하는 피아노 소나타들 역시 독주곡에 해당하지요. 엄밀하게 말하면 독주곡들은 실내악에 포함시키지는 않습니다.

혼자는 외로워서 둘이 만나면 '듀오(duo)'나 '듀엣(duet)'이라고 부릅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같은 독주 악기와 피아노가 함께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나타와 첼로 소나타가 여기에 해당하지요. 두 명이 연주할 때부터 실내악으로 본다는 것은 그만큼 호흡과 통일성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연주자 셋이 모여서 '3중주(trio)'가 될 때부터 악기의 편성도 다양해지고 작품 숫자도 늘어납니다. 우선 바이올린·비올라·첼로처럼 세 현악기가 모이면 '현악 3중주'라고 하지요. 여기서 비올라가 빠지고 피아노가 들어가면 '피아노 3중주'가 됩니다. 이처럼 실내악에서는 현악기가 바탕에 깔려 있고 다른 악기가 들어오면 그 악기를 주인공으로 '대접'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입니다.

그렇다면 응용 문제로 피아노와 호른, 바이올린의 3중주는 뭐라고 부를까요? 브람스의 3중주가 있는데 이럴 때는 '호른 3중주'라고 부릅니다. 실내악에서 호른이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더 극진히 '예우'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내악의 기본 편성은 현악 4중주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의 '현악 4중주(quartet)'는 실내악에서 핵심을 이루는 기본 편성입니다.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의 고전주의 3총사부터 20세기 쇼스타코비치까지 수많은 작곡가가 심혈을 기울였던 실내악 장르이기도 했지요. 독일의 문호 괴테가 "이성적인 네 사람의 대화"에 비유했듯이 모든 악기가 동등한 자격으로 어우러지는 것이야말로 4중주의 매력입니다. 특히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은 실은 60여 곡의 현악 4중주를 남겨서 '현악 4중주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곡에 매달렸던 장르도 바로 현악 4중주였지요.

현악 4중주의 편성에서 바이올린을 1대로 줄이는 대신에 피아노를 추가하면 '피아노 4중주'가 됩니다. 반대로 현악 4중주의 편성을 그대로 두고서 피아노를 넣으면 '피아노 5중주(quintet)'가 되지요. 하지만 작곡가의 선택에 따라서 악기 구성도 얼마든지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클래식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노 5중주로 불리는 슈베르트의 '송어'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피아노와 함께 더블베이스를 등장시켰지요.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과 호른의 편성은 '관악 5중주'나 '목관 5중주'로 불립니다.

6중주부터는 작품 숫자 줄어

5중주까지는 작품이 많은 편이지만, '6중주(sextet)'부터 작품의 숫자도 급감합니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를 각각 두 대씩 쓰는 현악 6중주가 대표적입니다. 작곡가 브람스가 현악 6중주를 두 곡 남겼지요. 반면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스티브 라이시는 '6중주'에서 네 명의 타악기 연주자와 두 명의 건반 연주자를 등장시켰지요.

'7중주(septet)'부터는 기본적인 편성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베토벤의 7중주에서는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등 네 대의 현악기에 클라리넷·바순·호른 등 세 대의 관악기를 결합했지요. 반면 프랑스 작곡가 생상스의 7중주에서는 현악 4중주의 편성에 더블베이스·피아노·트럼펫이 추가됩니다.

반면 '8중주(octet)'는 짐작할 수 있듯이 두 개의 현악 4중주가 뭉쳤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모차르트에 버금가는 음악 신동으로 불렸던 멘델스존이 16세에 작곡한 '현악 8중주'가 대표적입니다. 세계 정상급 현악 4중주단인 에벤 콰르텟과 벨체아 콰르텟도 올해 통영국제음악제(3월 28일~4월 6일)에서 8중주를 함께 연주할 예정입니다. 반대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는 두 팀이 이틀간 현악 4중주 무대를 각각 꾸미지요.

'9중주(nonet)'와 '10중주(decet)'는 작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체코 작곡가 마르티누의 9중주 2번처럼 9중주는 관악 5중주(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호른)에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를 결합한 형태가 많습니다. 10중주는 악기는 작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두 개의 관악 5중주를 결합한 형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13명이 연주, 모차르트의 '그랑 파르티타'


그렇다면 10중주보다 큰 실내악 편성도 있을까요. 얼마든지 다양한 악기 조합과 편성이 가능하겠지만, 모차르트가 13대의 악기를 위해 작곡한 '세레나데 10번'이 유명합니다. 일명 '그랑 파르티타(Gran Partita)'라고도 불리지요. '파르티타'는 기악 독주곡이나 모음곡을 뜻하는 말입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질투를 느끼는 장면에서 흘렀던 곡입니다. 실내악에서도 모차르트는 천재성을 맘껏 드러냈던 셈이지요.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는 실내악의 핵심적인 편성입니다. 한국의 현악 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 모습. /목프로덕션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는 실내악의 핵심적인 편성입니다. 한국의 현악 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 모습. /목프로덕션
8중주는 현악 4중주 2팀이 함께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의 에스메 콰르텟과 프랑스의 모딜리아니 콰르텟이 함께 멘델스존의 '8중주'를 연주하는 모습. /평창대관령음악제
8중주는 현악 4중주 2팀이 함께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의 에스메 콰르텟과 프랑스의 모딜리아니 콰르텟이 함께 멘델스존의 '8중주'를 연주하는 모습. /평창대관령음악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하나로 고(故) 윤보선 전 대통령의 서울 안국동 고택 마당에서 열린 3중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하나로 고(故) 윤보선 전 대통령의 서울 안국동 고택 마당에서 열린 3중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