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이상주의자 플라톤은 하늘을 가리켰고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땅 향해 손 폈죠

입력 : 2025.03.10 03:30
[재밌다, 이 책!] 이상주의자 플라톤은 하늘을 가리켰고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땅 향해 손 폈죠
이토록 매력적인 철학

김수영 지음|출판사 청어람e|가격 1만3000원

'철학'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나요? 어렵다는 생각부터 든다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매력적인 철학'이라니요. 독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쓴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을 바탕으로 쓰인 책입니다. 그림과 철학이라니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사실 '아테네 학당'에는 고대 그리스의 중요한 철학자들이 거의 모두 묘사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화들 가운데 이렇게 철학자들을 한군데 모아 묘사한 그림은 '아테네 학당'이 유일합니다. 유명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이고 피타고라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디오게네스, 에피쿠로스 등 철학자 16명을 그림과 함께 소개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그림은 철학자들을 단순히 모아놓은 것뿐만 아니라, 놀라울 만큼 많은 상징과 세심한 표현을 통해서 철학자들의 개성을 그려내려고 했습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나란히 걷는 장면인데요, 플라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향해 손바닥을 펴고 있습니다. 이 점 하나만으로도 플라톤은 저 너머 이상적인 세계를 탐구하는 철학자이고,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주의적 철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가 이렇게 우리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이상주의자에 가깝습니까? 아니면 현실주의자에 가깝습니까? 이 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상을 움직이는 두 가지 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상주의자였던 플라톤에 관해 좀 더 읽어봅니다. 저자에 따르면 플라톤은 나라에서 가장 지혜로운 이가 그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수의 결정이 반드시 진리는 아니라는 것. 바로 이 점에서 철학적 성찰이 시작됩니다. 민주주의가 지닌 이러한 약점을 우리가 어떻게 보완해 나가야 할까? 저자의 말을 빌리면 "합의를 통해 진리를 구축하는 일, 그리고 진리를 통해 합의를 구축하는 일"이 플라톤이 추구한 철학이었습니다. 철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닙니다. 이 책이 다루는 모든 고대 철학자들이 현실과 치열하게 대면하면서 현실의 문제를 고민했습니다.

철학은 어떤 주장의 근거와 논리를 되묻습니다. 그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 따져 묻는 것이지요. 또한 철학은 인간이 이룰 수 있는 이상적인 세상과 공동체에 관해 묻습니다. 철학을 공부하면 근거가 약한 주장이나 논리적이지 못한 말과 글에 속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지적, 도덕적, 사회적 능력과 가능성이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대로 철학은 '이토록 매력적인' 학문입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