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부와 명예 얻으려 배우지 말고 "나를 위해 공부하라" 공자가 말했죠
입력 : 2025.03.04 03:30
나를 위해 공부하라
수유너머 R 지음|그림 김진화|출판사 너머학교|가격 1만5000원
수유너머 R 지음|그림 김진화|출판사 너머학교|가격 1만5000원
고전은 오래전에 쓰인 글 가운데 오늘날에도 널리 읽히는 글입니다. 얼마나 오래되어야 고전이 될 수 있을지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 길면 2000여 년 전, 짧으면 100여 년 전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떤 특정 지역과 시대에 쓰인 글이 지금까지 읽힌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요. 그것은 그 글이 이른바 보편적인 지혜, 통찰, 또 재미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는 뜻입니다.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은 것이지요. 사상과 문학의 고전들이 많습니다.
예컨대 기원전 6세기에 활동한 공자의 제자들이 스승의 언행을 글로 써서 엮은 '논어',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쓴 '편지들', 근대 유럽의 사상가 장자크 루소의 '고백록', 현대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그리고 중국 작가 루쉰의 산문집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등등이 있지요. 바로 저자 4명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이 다루는 고전들입니다.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아우릅니다.
목차 중 책 제목이기도 한 '나를 위해 공부하라'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다음 구절에서 따온 것입니다. "옛날 사람은 자기를 위해 배웠는데 지금 사람은 남을 위해 배우는구나."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공부란 본래 나 자신의 능력을 기르고 꿈을 펼치며 성공하기 위해 하는 것, 그러니까 자기를 위해 배우는 것 아닌가요? 공자의 말은 무슨 뜻일까요.
공자에게 배움이란 자신의 성숙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높은 관직에 올라 부와 명성을 누리는 것은 안중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도 오늘날도 대부분 사람들은 부와 명예, 지위를 얻기 위해 공부합니다.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해 공부하게 됩니다. 공부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닐뿐더러 자신의 삶 자체가 부와 명예를 위한 도구가 되어버립니다. 공자는 바로 그 점을 경계하여 '나를 위해 공부하라' 말한 것입니다. 한문으로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 합니다.
저자가 묻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 과연 정말로 공부하고 있습니까?" 공부한다는 것, 배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 것이지요. 또한 이렇게 강조합니다. "나를 위해 배우는, 나로부터 출발해서 동료와 이웃에 이르는 '참배움'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나는 왜 공부하는 걸까? 이 질문을 한번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겠습니다.
고전이라고 해서 반드시 보편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보편적 지혜와 통찰을 지니면서도 특수한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논어'는 고대 춘추시대 중국, 플라톤의 '국가'는 고대 그리스가 배경입니다. 우리는 고전을 읽을 때 그러한 특수한 배경을 충분히 감안해야 합니다. 고전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 가르침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고전을 해설해 주는 이 책은 바로 그 점에서 친절한 고전 길잡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