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코끼리, 쥐보다 수십 년 더 살지만 평생 심장박동수는 20억회로 같대요

입력 : 2025.02.27 03:30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재밌다, 이 책!] 코끼리, 쥐보다 수십 년 더 살지만 평생 심장박동수는 20억회로 같대요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이상대 옮김출판사 김영사가격 1만4000원

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질문이 필요합니다. '왜 사과는 늘 아래로 떨어질까?'라는 물음은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이어졌고, '빛의 속도는 항상 똑같을까?'라는 물음은 특수상대성이론의 출발점이 됩니다. 학문이라는 단어의 '문'이 글(文)이 아니라 질문(問)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어쩌면 공부의 본령은 이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묻는 방법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은 질문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왜 바퀴 달린 동물은 없을까?" "지렁이는 뱀처럼 굵어질 수 있을까?" "나는 것과 헤엄치는 것 중 어느 쪽이 힘들까?"처럼 다소 엉뚱해 보이는 것도 있고, "동물들은 몸집이 커지는 쪽으로 진화했는데, 큰 게 좋은 걸까?" "현대인은 몸의 크기에 맞는 생활을 하고 있을까?" 같은 진지한 것도 있죠. 이 책은 일본에서 과학책으로는 드물게 약 90만부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책 곳곳에 펼쳐진 흥미로운 질문들 덕분입니다.

동물생리학자인 저자는 지금까지 이뤄진 다양한 연구를 동원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놓습니다. 가령 바퀴는 다리나 날개보다 에너지 효율이 매우 좋은 이동 방식이에요. 그런데 바퀴 달린 형태로 동물들이 진화하지 않은 것은 지구엔 생각보다 평탄하고 단단한 길이 적기 때문입니다. '지름의 4분의 1'이 바퀴가 넘을 수 있는 높이의 한계지요. 만일 쥐의 다리가 바퀴 모양이었다면 "높이 1.5㎝ 자갈에도 고전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도로라는 발명품이 없다면 바퀴는 방향을 바꾸기 불편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죠.

동물들은 시간 흐름에 따라 진화하면서 몸집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코프의 규칙'이라고 해요. 하지만 크기가 큰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물론 몸집이 커지면 생존에 유리합니다. 천적이 줄어들고, 먹잇감을 얻기도 쉽죠. 그러나 동시에 한 세대의 수명도 늘어나기 때문에 거대한 환경 변화 앞에서는 이를 극복할 변이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적습니다. 몸집이 클수록 오히려 멸종 가능성은 더 높다는 거죠.

저자는 동물마다 시간의 단위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해요. 코끼리는 쥐보다 몇십 년을 더 살아요. 하지만 둘은 일생 동안 뛰는 심장박동수가 약 20억회로 같아요. 이처럼 책은 인간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다양한 생명체의 관점에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상상해보기를 권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요.

이진혁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