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3차 중동전쟁서 승리한 이스라엘, 美의 안보 파트너로
입력 : 2025.02.26 03:30
미국과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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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루살렘 전경.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의 성지예요. /위키피디아
미국과 이스라엘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어요. 오늘은 두 나라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유대인들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이 세운 국가입니다. 기원후 70년 로마 제국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자 유대인들은 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살게 됐지요. 이를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합니다.
이들이 미국과 본격적인 관계를 맺게 된 것은 19세기부터입니다. 이때 유럽에 있는 유대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나치가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을 벌이자 그 수는 더욱 많아졌지요.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들은 미국 내 노동운동과 인권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 왔습니다. 반유대주의 정서가 퍼진 유럽과는 달리, 미국 내 기독교인들은 유대인들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지요.
실제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어요. 다른 아랍 국가들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하자마자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지요.
미국의 안보 파트너 된 이스라엘
두 나라의 관계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끈끈한 것은 아니었어요. 1950~60년대 초반까지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를 유지했지만,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죠. 이스라엘 초대 총리 다비드 벤구리온은 항상 미국과 동맹을 맺길 원했지만,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어요. 1963년 취임한 린든 B 존슨 대통령 이전에는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총리를 워싱턴에 초청한 적이 없었을 정도였죠. 그의 전임자 존 F 케네디(재임 1961~1963)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상당한 동정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뉴욕에서 벤구리온을 한 번 만났을 뿐이었습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생각한 것이었어요. 당시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과 사이가 나빴죠.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많은 석유가 묻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이스라엘과 거리를 둔 거예요.
양국 관계는 1967년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사이 벌어진 제3차 중동전쟁을 기점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집트와 시리아 군대를 격파했고, 요르단강 서안·동예루살렘·골란고원·가자지구를 차지했어요. 이로 인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어요.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했어요.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분쟁을 틈타 당시 미국의 라이벌이었던 소련이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하려고 했거든요. 전쟁이 계속되면 석유 수급도 불안정해지고요. 따라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며 중동에서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구상을 실행합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안보 파트너로 이스라엘을 고른 것이죠.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제4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됩니다. 미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가 당시 분쟁 해결을 위한 외교 협상을 주도했는데요. 미국은 이스라엘군이 아랍 국가 영토에서 철군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이스라엘에 군사·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양국은 리처드 닉슨(재임 1969~1974)과 제럴드 포드(재임 1974~1977) 대통령을 거치며 점점 전략적 관계로 발전하지요.
'경제 지원 끊겠다' 압박하기도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자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이스라엘을 위협했죠. 1991년 당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서자 경제적 지원을 보류하겠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과 이란 핵 문제를 놓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여러 차례 부딪치면서 마찰을 빚었어요.
그럼에도 두 나라는 큰 틀에선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 건국 이후 지금까지 수천억 달러 규모의 군사·경제 지원을 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기로 합의했지요. 미국은 자국의 최신 무기를 이스라엘에 가장 먼저 공급해 주고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아랍 국가에 판매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압도적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두 나라 사이엔 공식적인 방위 조약은 없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에 그 어느 국가보다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친이스라엘 정책을 폈던 트럼프 행정부가 2기를 맞으며 양국은 앞으로도 많은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여요.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2018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어요.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요르단이 통치하던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동·서 예루살렘을 통합해 자국의 수도로 선언했는데요. 이후 국제 사회는 각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두었지만, 트럼프는 이런 금기를 깰 정도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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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 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어요.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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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2월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의 모습.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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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 지역을 표시한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