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태양열로 바닷물 가열해 식수 얻을 수 있대요

입력 : 2025.02.25 03:30

해수 담수화 기술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최근 기후변화로 홍수나 가뭄, 대규모 산불 등의 극한 기상이 자주 나타나며 식수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물 관리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지구 표면은 70% 이상이 물로 덮여 있어요. 이 중 바닷물이 지구에 있는 물의 97.5%를 차지하죠. 우리가 쓰고 마실 수 있는 물은 2.5%에 불과하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려는 해수 담수화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오늘은 이 해수 담수화 기술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구의 물 97.5%가 바닷물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약 13억8500만㎦로 알려져 있어요. 1㎦는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의 부피를 말하지요. 이 가운데 바닷물이 약 13억5000만㎦(97.5%)이고, 약 3500만㎦(2.5%)가 소금 성분이 없는 민물(담수)이에요. 그런데 담수 중 약 70%는 빙하로 얼어 있는 형태여서 우리가 식수로 이용할 수 있는 물은 많지 않아요. 따라서 오늘날 대부분의 담수는 강과 호수에서 얻지요.

땅속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암석 틈새나 흙속에 있는 지하수는 비가 내리거나 눈이 녹아 땅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생겨요. 따라서 무한한 자원은 아니에요. 게다가 최근엔 기후변화로 가뭄이 길어지며 사막으로 변하는 지역이 많아서 식수로 쓸 수 있는 물이 더 줄어들고 있어요.

2년 전 유엔(UN)은 2030년쯤엔 세계적으로 물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세계적인 물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작년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지구 지하수를 분석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세계 주요 대수층(지하수를 함유하고 있는 지층) 37곳 중 21곳에서는 퍼 가는 물의 양이 다시 차오르는 물보다 많았어요. 이 때문에 현재도 지구 인구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이 같은 상황에서 인류가 찾은 대안이 바로 해수 담수화 기술이에요. 해수 담수화는 광대한 수자원인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바꾼다는 뜻이에요. 해수 담수화 기술로 얻은 물은 식수와 생활용수,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바닷물 가열하고 삼투압 이용

바닷물을 어떻게 민물로 바꿀 수 있을까요? 해수 담수화 기술은 크게 '증발법'과 '역삼투법' 두 가지가 있답니다.

증발법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방법이에요. 원리는 간단해요. 바닷물을 끓여 수증기가 생기면, 그 수증기를 모아 차가운 관 속으로 통과시켜 담수를 얻는 방식이에요. 뜨거운 수증기는 차가운 관의 벽면과 접촉하면서 열을 잃고 물방울로 변하는데, 이를 모으는 거예요. 증발법은 가열과 냉각만으로 많은 양의 담수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1980년대까지 널리 사용됐어요. 하지만 바닷물을 끓이는 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이때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므로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단점이에요. 그래서 최근엔 증발법 이용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요.

역삼투법은 물이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삼투 현상을 활용해요. 수조에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린 막을 놓은 다음, 양쪽에 같은 양의 바닷물과 담수를 부으면 바닷물 쪽의 높이가 더 높아져요. 농도가 낮은 담수가 막을 통과해 농도가 높은 바닷물 쪽으로 이동하면서 양쪽의 염분 농도를 맞추기 때문이에요. 이때 발생하는 압력을 삼투압이라 해요.

이 상태에서 높이가 올라간 바닷물 쪽에 삼투압보다 더 강한 압력을 가해 밀어내면, 염분이 없는 물이 다시 담수 쪽으로 이동하는 역삼투압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를 모아 순수한 물을 얻는 거죠. 역삼투법은 1990년대 이후 세계 여러 곳에서 이용되고 있는 기술이에요.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이집트·알제리 등에서는 이미 역삼투법을 이용한 해수 담수화 기술로 많은 양의 물을 얻고 있어요.

친환경 담수화 기술도 개발

역삼투법은 증발법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적지만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해요. 그리고 역삼투막 장비를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어요. 그래서 경제적이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해수 담수화 기술이 대안으로 등장했어요. 바로 태양열을 이용한 방법이에요.

태양열 증발법은 앞서 소개한 증발법과 원리가 같아요. 바닷물을 가열해 나오는 수증기를 모아 담수를 얻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태양열을 이용해 바닷물을 끓인다는 것이죠.

문제는 담수화 효율이 낮다는 점이에요. 이 방법은 태양이 없는 밤이나 흐린 날씨엔 이용하기 어렵거든요. 또 햇빛이 강한 날이더라도 증발 장치 표면에 맺힌 수증기가 햇빛을 가려 생각만큼 많은 양의 물을 얻을 수 없었어요.

최근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전형 태양열 증발기'가 개발됐어요. 포스텍의 전상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이 장치는 태양열과 바람을 동시에 이용하는 방법인데요. 이 방법은 기존 방식과 달리 원통 모양으로 생긴 회전형 증발기를 이용해요. 이 원통형 증발기는 서서히 회전하면서 주변에 바람을 만드는데요. 공기 흐름으로 인해 수증기는 증발 장치 표면에 맺히지 않아 햇빛이 잘 흡수되죠.

연구팀에 따르면 회전형 증발기는 기존 증발기보다 바닷물 증발 속도가 17% 빨랐고, 담수 생산량도 76%나 늘어났대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더 적은 에너지로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