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바빠서 외로울 틈 없어" 자기 최면… 저마다 '가면' 쓰고 외로움 외면하죠

입력 : 2025.02.20 03:30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재밌다, 이 책!] "바빠서 외로울 틈 없어" 자기 최면… 저마다 '가면' 쓰고 외로움 외면하죠
에바 블로다레크 지음|이덕임 옮김출판사 문학동네가격 1만3800원

순자, 옥순, 영식, 상철…. 과거 유행했던 이름들이 최근 어느 연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조명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인기만큼 출연진에 대한 논란도 많은데요. 온라인 영상에 달린 댓글 하나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러니까 외롭게 솔로로 살지."

책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당신에게'는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외롭다'라는 사회적·심리적 편견이 잘못이라고 가장 먼저 말합니다. 사람이 외로운 이유는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뭔가에 중독되어 있거나' '매력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지요.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외롭다는 것을 결함으로 치부한다는 거예요. 외롭다는 사실을 감추려 애쓰다가 더 큰 마음의 병을 얻는 경우도 많고요.

이 책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따뜻한 책이지만 격려의 문장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습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고찰하고, 그 원인을 분석해 이윽고 외로움과 작별하는 방법을 탐구하지요. 저자는 '행복'을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요. 이 책의 목표 역시 외로움의 반대편 행복에 닿는 것이지요.

저자는 먼저 외로움의 '뿌리'를 찾아보길 권합니다. 외로움의 근원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항상 타인을 우선하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외로움에 빠진 사람도 있고,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심연에 빠지게 된 사람도 있지요. 저자는 유년 시절을 보낸 장소에 가보는 등 과거의 나를 돌이켜 보며 외로움의 출처를 알아보라고 합니다.

저자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들키지 않으려 각자 '가면'을 쓴다고 말해요. 소셜미디어 친구 숫자에서 위안을 얻는 '소셜미디어 가면', 이타적 행동을 통해 외로움을 해소하려고 하는 '조력자 가면', "바쁜데 외로울 틈이 어디 있어?"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일 중독자 가면' 등 다양하죠. 중요한 것은 가면을 벗는 것입니다. 가령 조력자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예'와 '아니요'를 말해야 할 때를 구분하고, 소셜미디어 가면이라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해 보는 식이죠. 사람들은 대개 하나쯤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해당되는 설명을 읽다 보면 무릎을 치게 되는 순간이 찾아와요. 어떤 독서는 처방전이 되기도 합니다.

책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외로움에서 도망치는 것은 곧 나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므로 우선 외로움을 느끼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문제에 처했을 때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 마련인데, 그에 앞서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라는 거죠. 또한 "자신을 너무 중요하게 여기지 말라"고도 당부합니다. 많은 경우 외로움은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생긴다면서요.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해도 항상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어쩌면 많은 곳에 필요한 진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진혁 출판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