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고고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유물은? 황금보다 '토기 조각'이 더 소중하죠

입력 : 2025.02.17 03:30

진실은 유물에 있다

[재밌다, 이 책!] 고고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유물은? 황금보다 '토기 조각'이 더 소중하죠
강인욱 지음|출판사 샘터가격 1만원

고고학자는 유적지를 조사하여 유물을 발굴하고 유물의 시기와 특성 등을 판단합니다. 그를 통해 과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내지요. 이는 경찰 수사관과도 비슷합니다. 수사관은 사건 현장을 조사해 증거를 찾아내고 사건 당시 상황을 추정합니다. 수사관은 사건 현장의 고고학자, 고고학자는 발굴 현장의 수사관인 셈입니다.

고고학자인 저자는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서부 시베리아에서 처음으로 발굴 작업을 할 때의 경험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그곳에는 약 4000년 전 만들어진 청동기 시대 마을 공동묘지가 있었습니다. 이 유적에선 서로 마주 본 채 손을 잡고 있는 어머니와 어린 아들의 무덤이 발굴됐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모습을 현장에서 보게 됐다면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저자는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합니다. 한 가족의 슬픔과 고통이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전해진 것입니다.

저자는 여러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당시 유목 사회의 모습이 어땠는지를 재구성합니다. 저자는 "각박한 초원에서 누군가의 무덤은 가족의 정을 다지는 곳이기도 했다"고 설명하지요. 유목민들은 넓은 초원에 흩어져 살다 보니 가까운 가족끼리조차 얼굴 보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목초지를 이동할 때 조상의 무덤 앞에 모여 제사를 지내며 정을 나눴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과거 일상생활에서 사용된 유물들을 통해 고대 국가들의 관계를 추론하기도 합니다. 2013년엔 발해 유적지에서 초원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악기 '바르간'이 출토됐습니다. 발해 및 한국사 관련 유적에서 최초로 출토된 초원계 악기 유물이었습니다.

저자는 "(사람들은) 발해가 고구려의 계승 국가라는 데에만 많은 관심을 두지만, 사실 발해는 극동 지역에서 광대한 영역을 지배했던 제국이었다"고 말합니다. 우연히 발견된 이 작은 악기는 발해가 초원 지역과도 교류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것이지요.

고고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물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귀하게 여기는 황금 유물일까요? 아닙니다. 흔하디흔해 보이는 토기 조각입니다. 고고학자들은 지금도 수많은 발굴 현장에서 이 토기 조각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토기 조각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토기는 사용 기한이 길지 않아 금방 버려지기 때문에 변화하는 시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고고학자들은 토기의 무늬와 형태, 원료로 쓰인 점토의 성분 등을 조사해 토기가 사용된 시대를 추정합니다. 시대마다 토기의 특성도 다르기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토기를 통해 과거 생활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지요.

책을 읽다 보면 고고학이 어떻게 현재와 과거를 잇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의 부제가 고고학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