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명화 돋보기]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의 욕망… '거대 흉물'로 여기기도 했죠
입력 : 2025.02.10 03:30
마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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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1 - 네덜란드 풍속 화가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상상화 ‘바벨탑’(1563). 나무에 오일. /빈 미술사박물관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건물은 언제부터 탄생했을까요. 고층 건물은 하늘의 신에게 다가가고 싶은 인간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짓기 시작했답니다. 157m 높이의 독일 쾰른 대성당을 비롯한 중세 시대 대도시의 교회가 대표적인 사례지요. 한편으로는 인간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야망이 초고층 건물에 깃들어 있습니다. 1889년 파리에 세운 높이 324m의 에펠탑과 1931년 뉴욕에 세운 381m 높이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대표적이죠. 21세기에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나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세계 대도시에 마천루들이 세워졌답니다. 오늘은 이런 초고층 건물들이 미술 작품 속에서는 어떤 의미로 나타나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세운 바벨탑
〈작품 1〉은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바벨탑'입니다. 그리스도교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를 소재로 그린 상상화지요. 이 이야기에 따르면 초기 인류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힘을 합쳐 하늘에 닿는 탑을 건설하려 합니다. 화면 중앙에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방대한 탑이 보이고, 개미처럼 작게 그려진 사람들이 각 층에서 일하고 있어요. 탑의 하층부는 이미 어느 정도 완성되어 있지만, 위층으로 갈수록 건축 자재가 널려 있는 미완성 상태죠. 이 탑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탑 안에 모든 기능이 들어 있는 초대형 도시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탑을 끝없이 쌓으면 하늘까지 닿을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결국엔 실패합니다. 아래층 사람과 위층 사람 간의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건설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것이죠.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야욕을 멈추게 하려고 신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게 하고 이들을 지구상에 흩어지도록 했다고 해요.
흉물 혹은 경이로운 산물
19세기는 본격적인 산업화와 기계화의 시기였습니다. 19세기 현대식 엘리베이터가 발명된 이후 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대중은 기술의 위대함을 실감하고 경이로운 시선으로 고층 빌딩들을 바라봤을 겁니다. 미래에는 더 편리하고 멋진 도시에서 살게 되리라는 기대와 함께요. 반대로 기술과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어요.
〈작품 2〉는 색채의 대비와 조화를 추상적인 화면 구성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프랑스의 로베르 들로네가 그린 '에펠탑'인데요. 탑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이지요. 에펠탑은 철탑이에요. 나무와 돌 건물에 익숙한 19세기 유럽인은 철로 된 에펠탑이 차가운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심지어는 흉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은 에펠탑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자주 식사했는데, 결코 에펠탑이 좋아서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파리에서 유일하게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이 바로 에펠탑 위'라는 게 이유였죠.
하지만 에펠탑은 조명 덕분에 밤이면 완전히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가스등을 밝힌 에펠탑은 1900년대부터 전기등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나트륨 램프를 이용한 황금빛 조명을 썼고, 요즘에는 LED 등으로 다채로운 빛을 내도록 했지요. 들로네는 에펠탑을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점 그렸어요. 그의 그림 속 에펠탑은 조명이 없어도 색색이 아름다운 모습이랍니다.
에펠탑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지은 철탑이 바로 도쿄타워예요. 방송 송출을 위해 1958년에 지은 이 탑의 높이는 에펠탑보다 조금 높은 333m입니다. 도쿄타워의 조명은 기본적으로 흰빛과 주홍빛을 하고 있어요.
〈작품 3〉은 도시의 야경을 주로 그리는 윤협 작가의 그림입니다. 까만 바탕 위에 조명들이 점과 선으로 표현된 가운데, 이곳이 도쿄라는 것을 알려주는 빨간색 점의 도쿄타워가 두드러져 보이네요. 도쿄타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르게 피해를 복구하고 선진국이 된 일본의 자부심이 깃들어 있는 랜드마크이기도 합니다.
기술력·경제력 과시 수단
서울 야경의 상징인 남산서울타워는 1975년에 완공됐어요. 타워 높이는 236m이지만, 243m 높이 남산 위에 세워져 있어서 총 479m 높이를 자랑합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20세기 초에 서로 경쟁하듯 초고층 건물들을 올렸습니다. 초고층 건물은 그 도시의 앞선 기술력과 경제 규모를 말해주는 지표이기도 했으니까요.
〈작품 4〉는 러시아에서 활동한 미술가이자 건축가인 블라디미르 타틀린이 1919년 설계한 '제3인터내셔널 기념비' 모형입니다. 실제로는 약 400m 높이로,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형태가 바벨탑을 닮았습니다. 러시아 혁명을 기념하기 위한 건축물이었죠. 바깥 부분의 철제 구조물 안쪽으로는 3단으로 된 건물이 각기 다른 속도로 회전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타틀린의 계획은 비용 문제와 정치적 이유 등으로 결국 실현되지 못했어요.
〈작품 5〉는 미국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1927년 그린 뉴욕 야경입니다. 뉴욕의 30층 건물에 살았던 오키프는 밖을 내다보면서 풍경화 25점을 그렸는데, 주로 어두운 배경에 거인처럼 서 있는 수직의 고층 건물이 주인공이었답니다. 오키프는 도시의 고층 생활이 즐겁지 않았던지, 이후 태양이 강렬한 미국 남서부의 뉴멕시코주로 이사를 갔는데요. 그는 '사막의 화가'라고 불릴 정도로 그곳에서 다양한 사막 풍경을 그려 우리에게도 익숙한 예술가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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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2 - 프랑스 파리 출신 화가 로베르 들로네의 ‘에펠탑’(1926). 캔버스에 오일.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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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3 - 한국인 작가 윤협이 도쿄의 야경을 묘사한 ‘도쿄 스카이라인 #3’(2020). 캔버스에 아크릴. /롯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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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4 - 러시아 화가 블라디미르 타틀린이 제작한 ‘제3인터내셔널 기념비’ 건축 모형(1919).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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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5 -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라디에이터 빌딩-밤, 뉴욕’(1927). 캔버스에 오일. /필립스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