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사인한 '소변기'가 예술 작품 된 이유… 예술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 알려줘요

입력 : 2025.02.10 03:30
[재밌다, 이 책!] 사인한 '소변기'가 예술 작품 된 이유… 예술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 알려줘요
예술에 대한 여덟 가지 답변의 역사

김진엽 지음|출판사 우리학교|가격 1만7000원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이 있을 겁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렘브란트의 '야경',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그림 등 많은 작품이 떠오릅니다. 그런가 하면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설치 작품이나 마르셀 뒤샹의 '샘', 피에트 몬드리안의 추상화도 있습니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의 클래식 음악부터 오늘날 BTS나 뉴진스의 대중음악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예술은 정말 폭이 넓고 다양하지요.

대학에서 미학과 예술철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쓴 이 책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여러 대답을 다양한 작품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해줍니다. 앞서 말한 뒤샹의 '샘'은 남성용 소변기입니다. 1917년 뒤샹은 소변기에 가명 사인을 하여 전시회에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그가 제출한 소변기를 보고 "이것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평했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오늘날 현대 예술의 대표적이고 역사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여러 복제품이 세계 유명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지요. 이상하지요? 어떻게 소변기가 예술 작품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같은 대상일지라도 예술계의 인정을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예술 작품이 될 수도 있고 일반 물품이 될 수도 있다."

화장실의 소변기와 뒤샹의 '샘'의 차이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샘'은 예술계를 대표하는 사람들에 의해 예술의 지위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예술이며 화장실의 소변기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뒤샹의 '샘' 외에도 오늘날 많은 현대 예술 작품은 '과연 저것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예술에는 정답이 여럿일 수 있다고 보는 '다원론적 미학' 개념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예술 창작의 길은 여럿이고, 특별히 올바른 하나의 양식이란 있을 수 없다"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여럿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다원론적 미학이다"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예술에 유일한 답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원론적 미학'일 수 있지요.

평소 먹고사는 데 예술이 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술을 누리려 애씁니다. BTS나 뉴진스의 노래를 듣고, 봉준호 감독이나 마블의 영화를 감상합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갑니다. 수첩이나 필기구 하나를 고를 때도 우리는 취향대로 가급적 아름다운 것을 고르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술 없이는 잘 살기 어려운 것 아닐까요. 예술은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