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깨우치다'는 남을, '깨치다'는 스스로… 섬세한 우리말 표현 배울 수 있어요

입력 : 2025.02.03 03:30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재밌다, 이 책!] '깨우치다'는 남을, '깨치다'는 스스로… 섬세한 우리말 표현 배울 수 있어요
오경철 지음|출판사 교유서가가격 1만6800원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말하기·듣기·쓰기·읽기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말과 글로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과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것의 기본이 이 네 가지입니다. 심지어 숫자로 이뤄진 수학도 그렇습니다. 수학 문제는 글로 쓰여 있지요. 수학은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일종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해 온 저자는 이 가운데 쓰기의 기본을 다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바른 문장, 섬세한 표현을 위한 맞춤법 표준어 공부'라는 부제목이 책의 성격을 말해주지요. 작은 국어 사전과도 비슷한 책입니다. 책 내용 가운데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저도 헷갈리는 것이 '너머'와 '넘어'입니다. 저자의 설명입니다. "'너머'는 공간 또는 위치의 뜻을 갖는 반면, '넘어'는 동작이다. '어깨 너머'는 실제 어깨의 너머라는 의미이며, '어깨 넘어'는 어깨를 넘는다는 뜻이다." 이 책에는 문학 작품에서 가져온 예문이 풍부하게 실려 있습니다. "뒤뜰 돌담 너머, 붉은 지붕의 건물이 바로 그가 경영하는 모란 유치원이다."(박경리 '토지')

'깃들다'와 '깃들이다'도 분간하여 정확하게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저자가 알려줍니다. 깃드는 것들은 형체가 없고, 깃들이는 것들은 형체가 있다고요. "황혼이 깃들고, 어둠이 깃들고, 우수가 깃든다. 모두 형체가 없어 만질 수 없다." 한편 깃들이는 것은 어딘가에 살거나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새가 보금자리에 깃들이듯, 사람이 집에 깃들이고 절이 산속에 깃들인다고 저자는 말하지요.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깨우치다'와 '깨치다'입니다. '깨우치다'는 남을 깨달아 알게 한다는 뜻이고 '깨치다'는 스스로 일의 이치 따위를 알았다는 뜻이지만 분간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이든 글이든 정확하지 않고 애매모호하면 오해를 낳기 쉽습니다. 오해는 갈등을 부를 수 있고 갈등이 커지면 다툼이 되어버립니다.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하는 자리라면 어법을 벗어나 어느 정도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듣거나 읽는 경우라면 다릅니다. 정확한 어법을 사용해야 많은 사람에게 내 생각을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

저자는 "문장이란 그 아름다움과 추함을 따지기 전에 일단 말이 되고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말도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