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필하모닉·심포니·슈타츠카펠레는 무슨 차이일까요

입력 : 2025.02.03 03:30

오케스트라 명칭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오케스트라 명칭엔 필하모닉이나 심포니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페이스북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 모습. 오케스트라 명칭엔 필하모닉이나 심포니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 페이스북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다른 건가요?"

클래식 음악에 관심 있는 분들께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100명 안팎 단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이름 앞에는 흔히 필하모닉(philharmonic)이나 심포니(symphony) 같은 말이 붙지요.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밖에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나 '방송 오케스트라' 같은 명칭도 있습니다. 바로크나 현대음악 전문 악단의 경우에는 조금 더 복잡한 명칭이 붙기도 하지요. 언뜻 외우기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네 종류로 구분하면 비교적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오케스트라 명칭 총정리'입니다.

①필하모닉과 심포니 오케스트라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심포니 오케스트라 사이에 사실상 차이는 없습니다. '필하모닉'은 '화음(harmony)에 대한 사랑(phil)'이라는 어원에서 나온 말이지요. '같은(sym) 소리(phone)'라는 어원에서 비롯한 '심포니'는 교향곡을 뜻하는 명사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관현악단으로,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교향악단으로 옮기기도 했지요. 관현악단은 관악기·현악기·타악기 등으로 구성된 악단이라는 뜻이고, 교향악단은 교향곡 등을 연주하는 악단을 의미하지만 명칭의 차이일 뿐, 실제 구성이나 연주하는 곡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은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쓰는 편입니다. 서울시향도 영어로는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Seoul Philharmonic Orchestra)'로 표기하지요.

간혹 대도시의 경우에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모두 존재하는 곳도 있습니다. 런던 심포니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그렇지요. 이럴 때는 미 프로야구팀인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 영국 프리미어 리그 축구팀인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알게 모르게 자존심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심지어 파리 오케스트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처럼 아무것도 안 붙여도 무방합니다.

빈 필하모닉(1842년)과 뉴욕 필하모닉(1842년), 베를린 필하모닉(1882년) 같은 상설 악단들은 시민 사회의 성장과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구매력을 지닌 청중이 늘면서 잇따라 창설됐지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들은 근대의 산물입니다. 이런 면모를 보여주는 악단이 1781년 창설된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입니다. 이들의 옛 공연장이었던 게반트하우스(Gewandhaus)라는 이름 자체가 직물 창고라는 뜻이지요. 오케스트라가 상인이나 전문직 같은 시민 계층의 주도로 창설됐다는 걸 여러 명칭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②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

근대 이전의 오케스트라들은 주로 궁정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악단들은 예전에는 독일어로 '궁정 극장(Hofoper) 오케스트라'로 불렸지요. 그러다가 왕실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국립 오페라극장(Staatsoper)'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오페라극장에 소속된 악단들은 '국립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라는 뜻으로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라고도 부릅니다. 슈타츠카펠레라는 명칭이 붙은 오케스트라들은 예전 궁정 극장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는 걸 알 수 있지요. 1548년 창설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1570년 창설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 이 악단들은 '현존하는 최고(最古) 역사의 오케스트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도 왕실이 존재하는 나라들은 어떨까요. 당연히 왕립이라는 뜻의 '로열(Royal)'이라는 이름이 붙겠지요. 영국 런던의 오페라 극장인 '로열 오페라하우스'나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 오페라'가 대표적입니다. 입헌 군주제에서 '군주는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왕립 극장 역시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왕실 명칭을 자랑스럽게 표기하지요.

③'20세기의 산물' 방송 교향악단

오페라극장이 근대 이전의 산물이고 심포니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근대의 산물이라면, 현대에 탄생한 오케스트라들도 있습니다. 바로 방송 교향악단입니다. 방송국 소속 오케스트라들은 20세기 초반 라디오가 보급되면서 방송 전파를 통해서 다양한 음악을 들려줄 목적으로 창설됐습니다. 영국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1930년), 일본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1926년) 등이 대표적입니다. 1956년 창단한 KBS 교향악단 역시 여기에 해당하지요.

'방송 교향악단의 천국'이 지방 분권제가 정착한 독일입니다.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서독일 방송 교향악단 등 지역마다 수준급의 방송 교향악단이 있지요. 특히 뮌헨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은 세계 정상급 악단 순위를 매길 적마다 빠지지 않는 명문 악단입니다. 방송 교향악단은 클래식 이외에 재즈와 경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거나 현대음악에서 강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④바로크·현대음악 전문 악단

마지막으로 바흐나 헨델 당시의 바로크 음악이나 반대로 현대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악단들도 있습니다. 영국의 '고음악 아카데미(Academy of Ancient Music)'나 프랑스의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Le Concert Spirituel)' 같은 바로크 악단들은 명칭도 고색창연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고음악 아카데미'라는 이름은 18세기 영국의 연주 단체에서 유래했고,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은 프랑스의 옛 음악회 이름이었지요.

현대음악 단체들 역시 프랑스의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Ensemble Intercontemporain)'이나 독일의 '앙상블 모데른(Ensemble Modern)'처럼 이름에서도 전문 분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앵테르콩탕포랭'은 '동시대(contemporain)'와 '사이(inter)'라는 단어를 합친 조어입니다. 악단 이름만 알아도 그 악단의 역사적 유래까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이지요.
독일 드레스덴 오페라극장 전경. 이 극장에서 연주하는 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1548년에 창설돼 47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요. /위키피디아
독일 드레스덴 오페라극장 전경. 이 극장에서 연주하는 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1548년에 창설돼 47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요. /위키피디아
영국 런던에서 매년 열리는 클래식 음악 축제 'BBC 프롬스' 모습이에요. 축제 마지막 날엔 전통적으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한답니다. /BBC
영국 런던에서 매년 열리는 클래식 음악 축제 'BBC 프롬스' 모습이에요. 축제 마지막 날엔 전통적으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한답니다. /BBC
프랑스의 현대음악 전문 악단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공연 장면. 악기를 내려놓고 박수만으로 연주하는 '박수 음악'을 연주했지요. /예술의전당
프랑스의 현대음악 전문 악단 앙상블 앵테르콩탕포랭의 공연 장면. 악기를 내려놓고 박수만으로 연주하는 '박수 음악'을 연주했지요. /예술의전당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