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꿈의 무대' 美 브로드웨이, 여기서 K뮤지컬도 인기
입력 : 2025.01.20 03:30
뮤지컬의 본고장
- ▲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뮤지컬 홍보 간판들이 걸려 있어요. 이곳에선 상업적인 작품부터 예술성을 갖춘 작품까지 다양한 공연이 올려집니다. /브리태니커
오늘날 '뮤지컬'이라는 공연 장르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만, 사실 미국보다 먼저 시작된 곳은 영국이랍니다. 오늘날 '빅(big) 4 뮤지컬'이라 불리는 '캣츠'(1981), '레 미제라블'(1985), '오페라의 유령'(1986), '미스 사이공'(1989) 모두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공연된 뒤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이지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는 뮤지컬 제작자나 배우들에게 그야말로 '꿈의 무대'로 여겨져요. 여기서 공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거든요.
현재 브로드웨이에선 한국인 제작자들이 참여한 뮤지컬 두 편이 공연 중이랍니다. 바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와 '어쩌면 해피엔딩'이에요. 지난 연말 브로드웨이에서 두 작품을 모두 관람했는데, 큰 극장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작년에는 웨스트엔드에서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퀴리'가 공연됐어요. 세계 뮤지컬 중심지에서 K뮤지컬이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이죠. 오늘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이곳에 진출한 국내 뮤지컬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뮤지컬의 원조' 웨스트엔드
먼저 '뮤지컬의 원조'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런던의 웨스트엔드로 떠나볼까요? 19세기 말, 세계의 기업가들과 상인은 산업혁명 이후 경제적으로 융성한 영국에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돈을 가진 사람들이 몰리니 이들을 위한 여가와 오락도 발달하게 됩니다. 이때 탄생한 것이 바로 코미디와 뮤지컬을 결합한 '뮤지컬 파스(Musical Farce)'예요. 당시 유럽에선 오페라 부파(Opera Buffa)와 오페레타(Operetta) 등 대중적인 오페라 양식들이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이것이 영국에 들어와 변형 발전한 것이죠.
'파스'란 중세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짤막하고 우스꽝스러운 희극을 의미해요. 인기 연주자와 미녀를 동원한 노래와 춤에 광대의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곁들여 큰 인기를 얻었죠.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뮤지컬 코미디'로 뿌리를 내리면서 지금의 뮤지컬이 되었답니다.
현재의 웨스트엔드 극장가가 생겨난 건 19세기였어요. 웨스트엔드는 말 그대로 런던의 서쪽 끝에 있는데요. 도심의 자동차 매연이나 공장 연기를 피해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서쪽에 상류층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답니다. 당시 상류층들은 극장 가는 것을 즐겼는데요. 자연스레 화려하고 아름다운 극장들이 웨스트엔드 지역에 지어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요. 이곳은 현재도 런던의 주요 상업·문화 중심지랍니다.
상업극부터 예술극까지 모두 다루죠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의 역사는 1899년 사업가 오스카 해머스타인이 타임스스퀘어에 '빅토리아 극장'을 세우면서 시작됐어요. 오늘날 각종 공연장이 들어선 이곳은 오랫동안 역마차로 붐비던 번화가였다고 해요.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구획된 길 중간중간엔 마구간이 있었고요.
브로드웨이에 있는 공연장들은 극장의 크기와 공연의 성격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일반적으로 '브로드웨이 극장'이라고 생각하는 공연장들은 타임스스퀘어 주위에 있는 500석 이상의 대형 상업 극장을 의미해요. '오프브로드웨이 극장(Off-Broadway theatre)'은 중심가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500석 이하 규모 공연장으로, 주로 상업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공연들을 올리죠.
'오프오프브로드웨이 극장(Off-Off-Broadway theatre)'이란 곳도 있어요. 100석 규모의 소형 극장이 주를 이루는 이곳에서는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공연들을 주로 볼 수 있지요. 이처럼 브로드웨이는 상업성이 짙은 작품부터 독립적이고 예술적인 작품까지 다양한 공연을 모두 품는 곳이에요. 이 때문에 이곳에서 세계적인 공연들이 탄생하고 주목받을 수 있겠지요.
세계 무대로 진출한 K뮤지컬
현재 한국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와 '어쩌면 해피엔딩'은 대형 상업극을 올리는 브로드웨이 중심가의 한 극장에서 공연 중이에요.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미국 문학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 쓴 동명 소설을 무대화했어요. '지킬 앤 하이드'를 비롯해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수상작인 '일 테노레' 등을 제작한 신춘수 리드 프로듀서가 미국 현지 스태프 및 배우와 만든 작품이지요. 처음부터 글로벌 뮤지컬 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었대요.
우리나라에서 2016년 초연된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공지능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어요. 가까운 미래에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로봇이라는 존재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접목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로 제작됐지요. 국내에서 작년까지 총 다섯 번의 시즌이 진행됐는데, 매진 기록이 이어졌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죠.
작품 곳곳엔 한국적인 요소들이 녹아 있답니다. 무대 연출엔 한글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작품 배경으로 서울이 등장해요. 주인공들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등 뮤지컬을 관람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풍경과 문화를 접할 수 있죠. 영화, 소설, 웹툰, 음악을 넘어 이제 한국 뮤지컬이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답니다.
- ▲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주인공 개츠비가 대저택에서 화려한 파티를 개최하는 장면이에요. /오디컴퍼니
-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구형 모델로 인간에게 외면당한 로봇 올리버(왼쪽)와 클레어는 조금씩 가까워지며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NHN링크
- ▲ 영국 런던 극장가 웨스트엔드 전경이에요. 런던의 문화·상업 중심지로, 19세기에 극장가가 생겨났어요. 오늘날 세계적인 뮤지컬 중 상당수가 이곳에서 초연됐어요.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