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꽃에서 재스민 향 나는 덩굴식물… 1년에 1m씩 줄기 자란대요
입력 : 2025.01.20 03:30
마삭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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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에 붙어 자라고 있는 마삭줄(왼쪽). 마삭줄은 5월이면 재스민 향기가 나는 흰색 또는 크림색 꽃(오른쪽)을 피워요. /국립수목원·국립생물자원관
마삭줄은 특히 제주도와 경상도, 전라도 등의 남부 해안가 숲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장씩 마주나는 앙증맞고 매끈한 잎에는 종종 잎맥을 따라 흰 줄무늬가 있어요. 5월이면 흰색 또는 크림색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죠. 꽃에서는 재스민 향기가 나서 서양에선 마삭줄을 '아시아 재스민' 혹은 '별 재스민'이라 부릅니다.
흔히 덩굴식물이라고 하면 다른 식물을 뒤덮거나 줄기를 감아 죽이는 포악한 식물들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덩굴식물은 주로 숲의 하층부에서 자라는데요. 이는 키 큰 나무들과의 경쟁을 피해 숲 하층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전략입니다. 또한 덩굴식물은 연한 줄기를 갖고 있는데, 이는 곧고 굵은 줄기에 비해 유지에 드는 에너지가 적습니다. 따라서 곧고 큰 나무에 비해 더 많은 잎을 만들 수 있지요. 덩굴식물의 줄기는 비록 강도는 약하지만 매우 질겨요.
덩굴식물의 줄기는 휘어지거나 회전하면서 자랄 수 있습니다. 나무들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의 위치에 따라 줄기를 뻗는 방향이 달라지죠. 덩굴식물의 줄기가 굽거나 휘어지는 현상은 '옥신'이라는 생장 조절 물질의 농도 차이에 의해 일어납니다. 덩굴식물의 줄기가 빛이나 다른 물체에 닿으면 옥신은 빛이나 물체와 접촉하는 부분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 해당 부분이 잘 자라게 하죠.
전 세계 식물 종 수의 6~8% 정도가 덩굴식물이며,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는 40%까지 이릅니다. '정글의 왕' 타잔이나 침팬지들이 나무 옆으로 축 늘어진 덩굴식물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것이죠.
마삭줄은 1년에 1m까지 줄기가 뻗으며, 줄기 마디에서는 또 다른 줄기가 어느 방향으로든 자랍니다. 바위나 나무줄기를 만나면 부착 뿌리를 만들어 달라붙습니다. 마삭줄 줄기는 가늘고 질겨 쉽게 끊어지거나 부러지지 않습니다. '마삭(麻索)'이란 한자로 '삼베로 꼰 줄'이라는 뜻입니다. 마삭줄이라는 이름 역시 삼으로 꼰 밧줄 같다 하여 붙여졌지요. 초록의 마삭줄 잎이 숲 바닥이나 돌담, 오래된 나무줄기를 덮고 있으면 숲이 더욱 싱그럽고 풍성하게 보입니다.
최근엔 다양한 무늬를 가졌거나 분홍색이나 황금색 잎을 가진 관상용 마삭줄도 개발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올겨울, 싱그러운 마삭줄을 집 안에서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